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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SKB, 기술 PT서도 '접속·전송' 두고 설전 반복

1, 2차 변론 이어 3차 변론에서도 '망 이용 대가' 해석 집중

2021-05-0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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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3차 변론에서도 망 이용 대가에 대한 해석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기술 프레젠테이션(PT)과 전문가 증인 신문에서도 양측은 각자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데만 시간을 쏟았다. 양측은 판결만을 남겨둔 채 법정을 떠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는 30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 3차 변론을 열었다. 이날 변론은 지난 1, 2차 변론 때 결론 내리지 못한 '망 이용 대가'에 대한 용어 및 개념 정의를 확실히 하기 위해 마련됐다. 
 
 
"데이터 '전송'은 SKB 의무" vs "전송료 무료 원칙 없어"
 
1, 2차 변론과 마찬가지로 3차 변론에서도 '망 이용 대가'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나눌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넷플릭스 측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김앤장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하는 '전송'의 의무는 인터넷통신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송 속도 별로 차등 부과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이용 요금을 명시한 SK브로드밴드의 약관이 그 증거라고 했다. 아울러 '모든 인터넷 접속 요금은 사용자 부담한다', '부과될 수 있는 인터넷 데이터 이용 요금에 대한 세부사항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확인하시기 바란다'는 자사 서비스 이용약관에도 이런 내용이 명시됐다고 설명했다다. 
 
넷플릭스 측은 "피고(SK브로드밴드)가 전송 대가로 요금을 받아놓고 원고(넷플릭스)에게도 전송료를 달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원고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피고의 논리대로라면 피고도 콘텐츠 제작비를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 측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종은 미국이나 유럽, 국내법을 어디에도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료"라는 인터넷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오히려 넷플릭스 약관에 따라 넷플릭스가 가입자에게 콘텐츠를 전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넷플릭스는 가입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TV, 휴대폰 등 단말을 통해 콘텐츠에 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돼 있다"며 이는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가입자에게 보낼 의무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이어 "(SK브로드밴드 약관에도) ISP가 데이터를 '전송'해 준다는 이야기는 없다. 이는 곡해다"고 강조했다.
 
CDN은 ISP인가 CP인가…해석 나뉘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연동 개요도. 자료/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콘텐츠는 넷플릭스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부터 출발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가 있는 일본이나 홍콩을 거쳐서 SK브로드밴드와 연결된다. 이는 자사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려 미국과 한국을 연결하는 '일반 서비스 망'에 걸리는 과부하를 줄이기 위해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구축한 것이다. 
 
오픈커넥트(OCA)라 이름 붙은 이 'CDN'에 대한 양측의 해석도 갈렸다. 넷플릭스는 CDN이 ISP라고, SK브로드밴드는 CP(콘텐츠사업자)라고 주장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CDN이 ISP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SK브로드밴드 망에 직접 접속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홍콩과 일본까지 콘텐츠를 "가져다 놓기" 때문에 CDN이 ISP 역할을 하며, 자신들은 이미 ISP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SK브로드밴드에 '접속료'를 낼 필요가 없다 설명한다. 아울러 한국 넷플릭스 사용자가 CDN에 놓인 콘텐츠를 "당겨서 쓰기" 때문에 전송료는 더더욱 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CDN은 CP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 CDN과 SK브로드밴드의 연결은 CP가 ISP와 처음 연결되는 '접속'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가 홍콩·일본의 CDN을 국내로 연결하기 위해 '별도의 해외망'까지 운영하고 있으므로 여기에 대한 비용은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인도 같은 논리 반복…'망 이용 대가' 해석만 도돌이표
 
사진/게티이미지
 
이 같은 주장은 증인 신문에서도 이어졌다. 넷플릭스 측은 이동만 카이스트 정보전자연구소장(교수)를, SK브로드밴드 측은 박승진 SK브로드밴드 서비스혁신그룹장을 증인으로 앞세워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했다.  
 
넷플릭스 측 증인인 이동만 교수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는 전 세계적 연결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송료'는 부과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는 "ISP가 CP에 전송료를 강제하면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고, 돈을 많이 낼 수 있는 사람만 이용할 수 있게 돼 인터넷 파편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대형 CP나 CDN이면 ISP와의 관계 설정이 달라지냐"는 넷플릭스 측 변호인의 질문에 이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접속에는 전송이 당연히 전제돼 있는 게 논리인데 오로지 인터넷 접속만 하는 경우도 있냐"는 피고 측 변호인의 반대 신문에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다르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SK브로드밴드 측 증인은 ISP가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에는 '접속'뿐만 아니라 '속도'와 '용량', 즉 '전송'까지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일반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속도'가, CP에 제공하는 서비스에는 '용량'이 각각 포함된다는 것이다. 
 
박승진 SK브로드밴드 서비스혁신그룹장은 "일반 이용자가 속도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연결성과 선택한 '속도'를 동시에 제공하고, CP가 적정한 회선 '용량' 이용계약을 체결했을 때 (인터넷 연결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그룹장은 "20년 넘게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인터넷 접속 서비스에 송·수신을 빼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CDN을 만들어 트래픽을 줄일 수 있는데, SK브로드밴드 측이 이를 거절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도 "(넷플릭스 측의 제안대로) 국내에 CDN을 만들더라도 (SK브로드밴드는) 망 이용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 "CDN은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대가를 낸다는 전제 하에서만 설치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시스
 
양측 공방이 3시간 넘게 반복되자 재판부는 지금까지의 내용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변론을 종료했다. 재판부는 오는 6월 25일 최종 선고를 내릴 계획이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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