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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로나에 날개 단 명품 소비…그 씁쓸한 이면

2021-04-21 06:00

조회수 : 2,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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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억눌린 보복 소비 욕구가 명품으로 몰리면서 '명품 3대장'으로 꼽히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이 지난해 한국에서 2조4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명품 중에서도 고가 제품을 판매하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속설을 입증했다. 지난해 가격을 수차례 올려 받은 해당 브랜드를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Open Run)'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고가 브랜드들은 가격 정책을 미리 공개하지 않고 항상 재고가 부족한 데다, 가격 인상 전에 사서 되파는 리셀러(Resaler)까지 가세하면서 동참 인원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주요 브랜드는 국내 판매 가격을 올리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국내 기부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루이비통은 0원, 샤넬코리아와 에르메스코리아는 각각 6억원과 3억원에 불과했다.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 대부분은 해외 본사로 돌아갔다. 지난해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은 당기순이익의 각각 85%, 71% 수준인 840억원과 500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해외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해마다 깜깜이 가격 인상에 나서는 등 기본적인 소비자 알림에도 인색해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대부분 명품브랜드는 유한회사로 실적을 밝힐 의무가 없었으나, 올해부터 자산과 매출이 500억원 이상이면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발생하면서 샤넬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는 국내 법인 설립 이래 처음으로, 루이비통코리아는 9년 만에 실적이 공개됐다.
 
우리나라에서 명품시장이 호황기를 맞고 있는 데는 기본적으로 비쌀수록 잘 팔리는 '베블런 효과'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한국인 특유의 비교 심리와 다른 사람이 사면 따라 사는 동조현상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명품을 소비하면 해당 제품을 소비하는 상위계층에 소속돼 있다고 느끼는 '파노플리' 효과도 소비 촉진의 배경이다. 실제로 아이돌이 명품 앰배서더 활동을 하면서 팬들 사이에서 '인간 구찌', '인간 샤넬'과 같은 수식어가 생기면서 명품 소비층이 청소년까지 확대되고 있다. 
 
리셀에 거부감이 없고,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에서 보듯, MZ세대가 주도하는 명품 시장 활황은 수요 증가로 앞으로도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물질로 상대로 판단하고 급을 나누면서 심리적 빈부 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높다. 백화점 간 명품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국내 브랜드와 비교해 낮은 수수료를 받으며 모셔가기 경쟁을 벌이는 등 오래전부터 제기된 수수료 차별도 문제다. 명품으로 자신의 부나 성공을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는 치솟은 집값에 내집 마련을 포기하며 벼락거지가 된 MZ세대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여윳돈으로 소비에 나서는 씁쓸한 이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홍연 산업2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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