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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안나

'K배터리'에 중요성 더 커진 미국 시장…투자 속도낸다

양사 조단위 투자 계획 이행·영업전략 마련 박차 전망

2021-04-1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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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소송 관련 전격 합의를 도출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게됐다.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각종 불확실성을 뚫고,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중인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 등 모든 소송에 대해 2조원대의 합의를 결정했다. 특히 이번 합의에는 한미 정부의 중재가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이를 계기로 양국 산업 간의 협업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비춰봤을 때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에게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됐다. 유럽에서는 자체 생산 인프라 육성을 위한 발빠른 움직임이 일고 있고, 그 청사진 속에 한국보다는 중국 업체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모양새다. 특히 유럽 내 전기차 시장의 가장 큰 고객인 폭스바겐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지 않는 '각형' 배터리로의 전환을 선언한 바 있어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성장 가능성에 한층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실제로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은 전세계 시장에서 10위권을 유지했지만 중국계 업체들의 공세에 다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2위였던 CATL은 전년 동기보다 272.1% 성장해 점유율 31.7%로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중국의 BYD도 전년보다 401.8% 성장해 7.0%의 점유율로 4위에 올랐다. CALB는 1384.0%나 급성장해 3.0%의 점유율로 7위, 궈시안도 153.2%의 성장률을 보이며 9위에 올랐다. 반면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9.5%로, 전년 같은 기간(41.2%)보다 11.7%포인트 감소했다. 
 
 
남아있는 대형 시장 가운데 한국이 기대를 걸 만한 곳으로 미국이 거론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바이든 정부가 전폭적으로 추진중인 친환경 정책과 자국 내 생산 체계 구축 기조로 인해 미국 내 전기차 산업의 본격적인 개화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정서가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정부까지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국내 업체들에게 긍정적이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 들어서면서 미국의 배터리 시장 규모가 충분히 나눠먹을 수 있을 만큼 커졌다는 생각이 합의에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합의 시점이 한발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글로벌 고객사들이 수주 계약시 주저할 만한 소송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영업전략을 통해 추가 수주를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2년간 지속돼 온 소송 리스크를 걷어내면서 미국 시장의 사업 확대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의로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을 예정대로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는 앞선 2018년 조지아주에 연간 9.8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제1공장 건설을 결정했고, 내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올 상반기 중 시운전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착공에 들어간 11.7GWh 규모의 제2공장 역시 2023년 양산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기존 5GWh 규모의 미시간 공장을 포함해 2025년까지 총 5조원 이상 투자로 75GWh 이상의 독자적인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제2공장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합작법인의 제1, 2공장 등이 모두 가동에 들어가면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현지 생산능력은 총 140GWh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5조원대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소송에서 합의를 유리하게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미국 시장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양사가 진행한 2년간의 배터리 분쟁이 합의로 막을 내리면서 향후 첨단 기술 분야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로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 제조사들도 국내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을 것"이라며 "양사가 시간과 비용은 들었겠지만 지재권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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