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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조 혈세 갚을 생각 없는 수협은행

공적자금 상환할 배당금 2년째 줄여 작년 350억…경영진 임금 늘리면서 "당국 권고 반영" 핑계만

2021-04-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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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수협은행이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갚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상환 재원으로 사용할 배당금은 2년 새 4분의 1로 쪼그라들었는데, 수익 개선 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협은행은 지난 24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2020년 결산배당금으로 350억원(배당성향 19.3%)을 결의했다고 31일 밝혔다. 배당금은 모회사인 수협중앙회로 넘어가 공적자금 상환에 사용된다. 2016년 127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 1100억원, 2018년 1320억원으로 늘다가 지난해 501억원으로 줄어드는 등 2년 연속 감소했다. 작년치를 반영하면 남은 상환액은 8183억원이다. 수협은행은 2028년까지 상환을 마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배당감소와 관련해 "공적자금 지원을 받았다보니 이사회에서 예금보험공사와 배당 관련 사전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의 배당성향 20% 이하 권고안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수협은행의 지난해 세전 당기순이익이 2336억원으로 직전년(2853억원) 대비 18.1%(517억원) 줄었다. 실제 당국의 권고를 반영한다면 줄어든 이익 폭 만큼 배당이 줄기 마련이다. 그러나 수협은행은 지난 2019년 배당성향을 22.8%로 가져가면서 이미 상환 규모를 줄여왔다. 최대 배당기인 2018년에는 57.3%에 달한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20%까지 배당성향을 끌어올려 주주달래기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8%포인트 여유는 수협은행의 낮은 의지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순이익 감소를 이유로 배당 폭을 감축하고 있을 때 경영진의 급여는 늘었다. 은행장 포함 감사, 사외이사 7인에게 지급한 보수는 지난해 12억4800만원(성과보수 제외)이다. 1년 전 12억4900만원보다 100만원 줄었지만, 6개월 이상 임기를 지낸 경영진 몫만 반영돼 실질적으로는 급여가 늘어난 셈이다. 이동빈 전 수협행장은 10개월치가, 홍재문 상임감사와 교체된 3인의 사외이사는 약 11개월치씩 보수로 반영됐다. 이 전 행장과 강명성 전 상임감사에는 총 1억7500만원의 퇴직보수도 지급됐다.
 
수협은행 측은 경영진 임금 상승은 실시된 게 없다며, 자리를 떠난 경영진의 이연성과급(퇴임 3년 뒤 반영) 등이 작년부터 지급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수협은행은 올해 양호한 자산건전성과 선제적으로 쌓은 코로나19 충당금을 바탕으로 실적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김진균 수협은행장은 지난해 취임과 함께 △공적자금 상환을 위한 수익창출 기반 확대 △어업인과 회원조합 지원 등을 제시하면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본부 조직을 슬림화하고 조정된 인력을 영업분야로 배치시켜 현장 영업력을 강화했다. 본점 판매관리비도 70%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당국이 수협은행에 제공한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평잔 비중) 규제 예외 조치는 종료시점이 11월로 다가왔다. 고비용성 예금 증가가 불가피하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매년 후순위채권에서 자본 인정 금액이 줄고 있는 점도 아프다.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3분기까지 보완자본(정부차입금)은 311억원, 기타기본자본·후순위채권은 각각 300억원씩 감소했다. 지난해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을 발행해 자본비율 감소에 대응했으나, 연 3.25% 이자비용이 추가됐다.
 
수협은행이 작년 350억원을 배당금으로 의결해 공적자금 상환 규모가 축소했다. 사진은 김진균 수협은행장(사진 오른쪽  첫번째)이 지난해 12월 행장실에서 도시락 간담회를 열고 직원들과 소통하는 모습. 사진/수협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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