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전보규

(토마토칼럼)반기업 정서, 남 탓할 문제인가

2021-03-31 06:02

조회수 : 3,142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가 심각하다. 국민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기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한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경총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109개 기업 중 94%가량은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모든 기업이 소비자 또는 국민들로부터 '불신과 반감'이란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다.
 
반기업 정서의 원인으로는 '일부 기업인의 일탈 행위', '정경유착·기업 특혜 시비', '노조·시민단체 등과의 대립적 구도 심화', '기업의 순기능에 대한 국민적 인식 부족', '일부 정치권에서 정치적 선전수단으로 활용' 등을 지목했다.
 
반기업 정서가 강한 탓에 겪는 어려움으로는 '일률적 규제강화에 따른 경영상 부담 가중'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기업 정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공헌 등 사회적 책임 활동 강화와 준법경영 등 내부 윤리경영 확립에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의 노력 이외에 시급한 과제는 '기업 역할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 및 홍보'와 '올바른 시장경제 교육 활성화', 기업 이외에 반기업 정서 해소 역할을 수행해야 할 주체로는 '국회 등 정치권', '정부'란 응답이 많았다.
 
단순히 부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 사회공헌활동과 윤리경영까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그릇된 인식을 바탕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 때리기'를 하고 있고 뭘 잘 모르는 국민들 사이에 어그러진 인식이 확산해 경영이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기업 대부분이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고 생각한다는 게 다소 놀랍지만 당사자가 그렇다니 인정하고 넘어가면 그뿐이다.
 
하지만 나머지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원인 진단부터 상당히 어긋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과거에는 모르겠지만 현시점에서 정치인과 기업가 사이에 부도덕한 밀착 관계나 특혜가 만연해있다고 믿는 경우는 드물다. 노사갈등이나 시민단체의 고발이 있다고 덮어놓고 못 믿을 기업으로 낙인찍지도 않는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발전에 기여한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도 없고 정치권의 말을 무턱대고 수용할 만큼 의식 수준이 낮지도 않다. 
 
유일하게 납득되는 것은 기업인의 일탈 행위뿐이다. 그나마도 이게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25% 정도에 불과하다. <뉴스토마토>가 2018년 5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를 보면 신뢰도가 낮은 곳은 총수 일가가 문제를 일으켰거나 처벌된 기업이다.
 
반대로 상위권에는 대중과 친숙하거나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고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총수 일가가 있는 기업이 주로 포진해있다. 수치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기업에 대한 정서는 총수 일가의 행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방증이다.
 
불신과 반감 해소의 핵심은 기업을 대표하는 총수 일가의 올바른 행동과 내부 단속이지 시장 경제 교육이나 규제 탓을 하는 게 아니란 얘기다.
 
반기업 정서를 규제 강화의 근본 원인으로 보기도 어렵다. 규제는 시대와 상황을 반영하면서 공동체에 더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일 뿐이다. 새로운 규제는 일부 불편을 초래하지만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규제는 틀렸다고 강조하는 것은 옛날에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반칙인 행동을 미래에도 계속하겠다고 강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 전보규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