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김응열

(일상 된 땅 투기) ③'영끌매수' 부동산 열풍…"다른 투자처로 유도해야"

전문가들 “부동산 말곤 투자처 없다” 한 목소리

2021-03-29 15:29

조회수 : 2,07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부동산 공화국의 시대다.
 
온 국민의 관심사 상위에 부동산이 올랐다. 지하철과 카페, 음식점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부동산 얘기가 흘러나온다. 연령대도 다양해졌다. 예전 같으면 중장년층만의 단골 대화 소재였지만 근래에는 2030세대 등 젊은이들도 가세했다. 유형도 다양해졌다.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 땅 등 전방위적으로 투자와 투기를 넘나들며 자본이 흘러들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이 국민적 관심사가 된 배경에는 ‘부동산 불패’라는 굳건한 믿음이 깔려 있다. 부동산만큼 시세차익 기대감이 크고, 기대이익의 규모도 큰 투자처는 찾아보기 힘들다.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보유할 능력만 있으면 임대를 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 주거 목적의 주택이든, 상업 목적의 상가든, 혹은 토지 이용이든 임차 수요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이 많다.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 정책이 사실상 실패하며 집값을 끌어올린 점도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높인 주요 원인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고 이 같은 기조는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또 부동산 안정화만큼은 자신 있다며 공언해왔다. 부동산 정책이 정부의 우선순위인만큼, 규제와 공급방안 등 부동산 대책도 25차례 쏟아졌다.
 
그러나 집값 안정화는 실패했다. 정부 대책 이후 일시적인 안정세는 있었으나 이후에는 폭등 수준의 가격 상승이 뒤따랐다. KB부동산 리브온 집계 결과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의 ㎡당 평균 매매가격은 1222만원이었는데, 같은 해 1월 대비 18% 뛰었다.
 
9·13 대책으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은 2019년에는 8% 올랐고 2018년에는 21%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은 10.9% 상승했고, 전 정부 시절이었던 2016년은 8.7%, 2015년 6.6%, 2014년 1.8% 올랐다. 
 
서울시 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는 30대 초반 정모씨는 “전에는 인구감소로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 부동산 투자를 비관적으로 봤지만 수도권은 오히려 계속 올랐다”라며 “보면 볼수록 돈을 벌 기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라고 투자에 뛰어든 배경을 설명했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크게 올라 젊은이들도 소위 ‘영끌매수’를 하며 부동산 시장 전반적으로 관심이 커졌고 보편화가 됐다”라며 “아파트가 부동산 열풍에 불을 붙였고, 일부는 토지 같은 투자처로 돈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파트 중심의 규제가 아파트 외 다른 부동산 상품으로 투자 수요를 유인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고가주택 대출 규제 강화, 주택 세제 강화 등 규제가 잇달아 나오는 중에 소규모 정비사업은 활성화하고 토지 규제는 정부 관심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었다.
 
이에 빌라, 땅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자본을 들고 뛰어들었다.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신도시 대책과, 신도시 활성화 및 서울 수요 분산을 위한 광역 교통망 개선 대책 등의 개발 계획도 땅 투기로 간주할 수 있는 투자를 유도했다. 개발 계획은 부동산 가치를 띄우는 전형적인 호재다. 
 
저금리가 오랜 기간 이어지는 것도 부동산 열풍을 불렀다. 예적금 이율이 낮고 대출에 따른 이자 상환액도 저렴해져 유동성이 풍부해졌다. 이익을 보장하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자금이, 결국 부동산으로 흘러들었다는 게 관련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서울시 내 다세대·다가구 주택.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동산 관심이 투자가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것 외에 단기 시세차익만 노리거나 혹은 위법성 투기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부동산이 아닌 다른 투자처를 발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의 관심을 식히고, 다른 건전한 투자처로 자본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하고 기대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부동산 외에 대표적인 투자처는 주식시장인데, 소액으로도 지분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은 낮지만 변동폭이 커 손실 리스크가 부동산보다 심하다.
 
실물이 없는 금융자산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기도 어렵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동학개미’가 주식시장에 적극 뛰어들면서 코스피 3000시대를 열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 시장은 박스권을 쉽게 벗어나지 못했고 손실을 본 사례도 많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게 부동산 과열의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하며 “설비 투자 등 다양한 투자 상품, 금융투자처가 나와야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최황수 건국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개인의 자산 중 부동산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편이고 고액자산가들도 대다수가 자산 중 70% 가량을 부동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라며 “자산의 균형을 맞추려면 안전한 다른 투자처가 필요하다는 건데, 그동안 대체 투자처를 만들어내지 못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저 부동산을 하지 말라고만 할 게 아니라, 안전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부동산 외에 다른 투자처로 유도하는 게 국가의 책무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 김응열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