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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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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토마토칼럼)아파트 앞에만 서면 '이율배반'

2021-03-18 06:00

조회수 : 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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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시지가가 공개됐다. 전국 평균 19.08% 올랐다고 한다. 우리 집을 조회해보니 작년보다 19.69% 올라 전국평균을 살짝 웃돌았다. 내가 사는 광명시에선 아파트가격 상승에서 가장 뒤쳐진 동네인지라 실감이 잘 나지 않지만 수도권이라서 그럴 것이다. 
 
이번엔 실거래가를 찾아봤다. 작년 2월 대비 올 2월 신고한 가격이 27% 뛰었다. 거래가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니까 대충 25% 올랐다 쳐도 공시지가 인상률이 실제 거래가격 오름폭에 미치지 못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공시지가를 현실화하겠다고 했으니 시세 반영률을 더 높게 잡았을 텐데 이런 차이가 난다니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게 맞나 싶을 정도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금의 기초가 되는 공시지가를 시세에 가깝게 점진적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고 또 지난 1년간 집값도 상당 폭 오른 만큼 이번 공시지가가 많이 뛸 것이라는 건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공시지가가 나오자마자 “세금폭탄”이라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번에 급등한 공시지가에서 정부의 방침에 따라 상승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2030년까지 연평균 3%씩 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도 19%나 뛰어오른 건 집값이 그만큼 많이 올랐다는 의미다. 주택 보유자 입장에선 집값이 올라서 생긴 이익이 훨씬 큰데도 화를 내고 있는 것이다. 
 
보유한 자산의 가격이 오르길 바라면서 거기에서 발생하는 세금은 덜 냈으면 하는 바람은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 뭐라 하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집값이 올라 얻은 (평가)이익은 슬쩍 뒤로 빼놓고 내야 할 세금만 갖고 불만을 쏟아내는 건 과하다. 거꾸로 집값이 폭락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덜 내는 상황과 비교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사는 곳이 광명시흥 신도시와 멀지 않아서인지 요즘 이곳은 LH 직원들의 투기 문제로 시끄럽다.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를 보면 의견이 극단으로 나뉜다. 어떻게든 LH 직원들이 투기로 얻는 이익을 몰수하고 신도시는 예정대로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다른 한쪽에선 다 필요 없고 무조건 신도시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는 그들의 주장만 갖고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집값 폭등을 잠재우는 데 신도시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이 신도시는 반드시 건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거나 주택시장이 어떻게 되든 당장 눈앞에 투기꾼들이 이익 가져가는 꼴은 못 보겠다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지역 부동산 커뮤니티 내 의견이라는 특성을 감안하면, 전자는 신도시 건설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의 주민 혹은 투자자, 후자는 신도시 때문에 타격을 받을 지역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LH 직원들의 투기를 용납할 수 없다며 공공개발을 반대한다는 주장이 적힌 피켓을 보며 어째 문장의 호응관계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민간개발을 하는 곳엔 투기가 없다는 말인지, 다른 투기꾼은 몰라도 LH 투기꾼만은 용납 못한다는 말인지… 공공개발을 반대하는 이유는 LH 투기 때문이 아니라 민간개발보다 이익이 적기 때문이라고, 신도시 지정 철회를 외치는 데는 집값 떨어질까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속 시원히 말씀하셨으면 좋겠다. 
 
아파트 앞에만 서면 겉 다르고 속 다른, 아까 한 말 다르고 지금 하는 말 다른 이율배반적 인간이 된다. 다들 뻔히 알면서 속아주는 것 같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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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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