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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말 잘 듣는 사외이사 "웬만하면 안 바꾼다"

4대금융, 임기만료 26명 중 22명 유임 가닥…상법 문제 없는 한 '거수기' 유지

2021-03-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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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가 임기 종료 사외이사 중 85%를 유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상법상 6년 임기를 채운 이사들만 교체해 재추천이 가능한 사외이사는 단 한 명도 교체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금융지주들은 겸직금지 등 예외조항이 많아 인력풀이 한정된다고 토로하지만,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는 사외이사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는 오는 25일, KB금융(105560)지주,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는 26일 주총을 연다. 각 금융지주는 주요 안건으로 사외이사 선임 건을 올린 상태다. 이들은 경영진이 무리한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을 하지 못 하도록 감시·견제하기 위해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외부 전문가다.
 
올해 4대 금융에서 임기가 종료된 사외이사는 모두 26명이다. 이 가운데 22명의 재신임이 결정돼 오는 주총에서 주주들의 동의를 묻는다. KB금융은 이번 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5명 중 전체를, 우리금융도 임기가 끝나는 5명 전원을 재추천했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8명 중 6명을 재심임했다.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로는 신한금융의 박철 이사회 의장과 히라카와 유키 사외이사, 하나금융 윤성복 이사회 의장과 차은영 사외이사 등이다. 이들은 상법이 정하는 최대 임기(재선임 포함 6년)를 다 채워 더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다.
 
문제는 금융지주 사외이사가 감시와 견제라는 본래 목적과는 달리 경영진의 의사에 찬성표만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4대금융 이사회 활동내역을 보면, 총 270건의 안건 중에 268건이 통과, 전체 안건통과율은 99.26%에 달한다. 신한금융만이 2건을 부결했다. 금융지주들은 연간 10~20회 이사회를 여는데, 사외이사에게 회당 100만원의 회의 참석 보수 지급하며 연간 6000만~8000만원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진 고착으로 지주 회장의 셀프연임을 가능케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지주들은 사외이사로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최근까지 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 2018년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재 금융지주들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고친 상태다. 그러나 이미 과거에 임명한 사외이사가 재연임을 통해 자리에 남으면서 현 회장 체제를 유지시킨다는 견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으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이번 주총에서 4연임이 결정되면 만 70세(2021년 2월)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게 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이유로 은행 계열 지주들이 최고경영자들을 잇따라 유임했듯이 위기상황에 경영상 안정을 꾀하려는 것"이라면서도 "지주사 내 다른 계열사 재선임, 타사 사외이사 추천 등이 잦은 것은 금융에 맞는 경영 안목을 갖추면서 겸직금지와 같은 까다로운 요건을 통과할 인물이 적은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하나금융은 권숙교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신한금융은 겸직금지 조항에서 자유로운 교수들(3명)을 새 사외이사로 추천했다.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가 임기 종료 사외이사들 중 85%를 유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사진은 지난 2018년 하나금융의 제13기 주주총회에서 직원들이 참석자의 주주명부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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