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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전기차 관련 법, 연비 뻥 튀겨도 제재 방법 없다

자동차관리법에 전기차 연비 규정 미비…"기존 법이 내연기관차 중심이기 때문"

2021-03-11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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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최근 전기차 연료소비율(연비)이 과다하게 소비자에게 안내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전기차를 둘러싼 제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연비 과다 표기의 기준이 법으로 명시돼 있지만 전기차는 구체적인 법령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내연차는 연비 검증 기준이 오차 범위 5% 이내로 단일화돼 있어 이를 소비자에게 과다하게 안내할 경우 경제적 보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관리법'과 하위법령인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명시하고 있어서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기차 연료소비율(연비)이 과다하게 소비자에게 안내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전기차를 둘러싼 제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동차관리법 제31조는 연비 과다 표기시 완성차업체가 소비자에게 시정조치를 갈음해 경제적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규칙 제108조2는 자동차제작사가 신고한 연비를 검증할 때 △시가지주행 △고속도로주행 △정속주행 연비가 모두 신고 연비와의 오차범위 5% 이내에 들어야 적합으로 판정받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전기차다. 전기차의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위 법령에서 규정한 시가지, 고속도로, 정속주행 등의 기준을 적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전기차는 온도나 배터리 상태 등에 따라 연비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전기차는 배터리가 추위에 약해 겨울에 주행거리가 줄고 충전 속도마저 느려진다. 
 
전기차의 연비 과다 기준이 세부적으로 마련되지 않다 보니 피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상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연비가 과다 표시된 내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유지관리비 등에서 경제적 손실을 보는 만큼 현금 보상까지 가능하지만, 전기차는 각 완성차업체들의 자율판단에 따라야 한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저온과 고온에서의 전비가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어 과다하게 소비자에게 안내할 경우 소비자 기만으로 해석될 여지가 높다"며 "저온과 고온에 따라 다른 기준을 법으로 명시해야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최근 들어 급증한 만큼 법이 현상을 따라가지 못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의 과다 연비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아우디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첫 순수전기차 이트론의 저온 주행거리를 잘못 자기인증하면서부터다. 아우디는 이트론 55 인증 신청시 저온 충전주행거리를 306km로 제출했지만, 규정을 잘못 적용한 것을 파악해 244km로 고쳐 다시 환경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다시 측정한 결과 244km가 아닌 236km로 확인됐다. 아우디가 충전주행거리 등을 잘못 제출해 소비자들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전기차 관련한 제재 규정과 소비자 보상을 강제할 법은 사실상 미비한 상황이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자동차 관리법 등 관련 법을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시대에 맞춰 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내연기관차의 '연비'라는 단어 자체도 전기차에는 '전비'가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자동차 관리법의 '자동차'의 기준을 기존 내연기관차 외에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까지 포함하고 있는지부터 의견이 다르다는 비판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자동차 관리법이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보니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는 기후나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앞으로 정교하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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