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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토마토칼럼)임기말 레임덕 방지법

2021-02-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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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대통령 비서실 민정수석 사태가 일단 봉합됐다. 자신의 거취를 대통령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사실 신 수석이 사퇴했다면 그 파장은 엄청났을 것이다. 임기말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있다느니 정권 내부의 불합리한 일처리 방식이 심화되고 있다느니 온갖 비판에 시달렸을 것이다. 나아가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외치는 정권 내부에서조차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도 나왔을 것이다. 심지어 검찰개혁을 포함한 현 정부의 개혁 과제 전체가 매도됐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도 이제 5년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항상 매 정권 말기에는 레임덕 이야기가 나온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 하에서는 특히나 그 정도가 심하다.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 이른바 성과 도출을 위해 정책의 속도를 높이고, 강도도 올린다. 결과를 중요시하다보면 과정에서 기본적 원칙을 가벼이 여기기 마련이다. 즉 기본 원칙을 무시하면서부터 바로 레임덕이 시작된다. 레임덕을 완전히 피할수는 없지만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는 것쯤은 일반적 상식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한층 심화되고 있다. 기업의 투자는 줄어들고, 일자리는 회복이 요원해 보인다. 내수는 바닥을 치고 있고,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주력 품목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집값 폭등은 서민들의 희망을 앗아가는 정도를 넘어 좌절감을 안겨주는 상황이다. 
 
현 정부의 공과는 물론 역사에 맡겨야겠지만, 현실적 지표만 보면 좋은 성적표를 받기는 어려울 듯 하다. 그렇기에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 도출이 시급하다. 택지를 확보해 주택 공급을 서두르고, 코로나 백신 접종율을 높이고,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급한 불은 끄되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할 일이 많다. 그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럴수록 인사든 정책이든 간에 원리와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비록 성과의 온도가 다소 미지근해지더라도 원리와 원칙을 칼같이 준수해야 한다. 그래야 레임덕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다. 
 
보수진영과 보수언론들은 신 수석 사건을 파동으로 규정하고 일단락 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통치 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논조의 논평과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비판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생각과 관점과 방향이 다른 진영에서 쏟아지는 다소 삐딱한 시선도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다만 정해진 원칙만 철저히 지킨다면 그러한 비판과 힐란도 사실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비록 오해와 억측 속에서 억울한 감정이 든다해도 이는 이후 역사가 판단할 문제이므로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원칙을 가볍게 여기거나 무시하면서부터 발생되는 상황은 상당한 성과를 내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정권 재창출을 이뤄낸다해도 영원히 그를 덮을 수는 없다. 언젠가는 정권 교체가 일어날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전 정부 또는 전 전 정부 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서는 아주 익숙한 장면이 또 다시 뉴스를 장식하는 비극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아쉽더라도 안타깝더라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오늘날의 대한민국 국민들은 원리와 원칙에 근거한 정책의 마무리가 부족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이해할 만한 의식을 갖고 있다. 
 
권대경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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