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배한님

개인화 거듭 강조한 '스포티파이'…현지화 전략은 안 보인다

"한국은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6위 시장…93번째 진출 국가"

2021-02-08 18:31

조회수 : 6,359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난 2일 93번째 서비스 진출 국가로 한국에 상륙한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는 자신들의 강점인 '고도의 개인화' 서비스는 직접 경험해 봐야만 알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해외 거주 당시나 우회 서비스로 스포티파이를 이용했던 기존 한국 유저들이 입 모아 칭찬하는 개인화 서비스가 한국 시장에서도 가장 큰 차별점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특성을 분석해 세운 현지화 전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 사진/스포티파이 코리아
 
스포티파이는 8일 국내 첫 라이브 미디어 데이를 진행했다. 스포티파이는 7000만곡 이상의 음원과 40억개가 넘는 플레이 리스트를 제공하며 전 세계 약 3억4500만명 규모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국내에서는 1인 요금제인 1만900원의 '프리미엄 개인'과 2인 요금제인 1만6350원의 '프리미엄 듀오' 두 가지 플랜을 제공한다. 광고 기반의 '무료 플랜'과 5인 요금제인 '패밀리 플랜'은 국내에서 이용할 수 없다.
 
연내로 팟캐스트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지난 2018년 시작한 스포티파이 팟캐스트는 220만 가지가 넘는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박상욱 스포티파이 코리아 매니징 디렉터는 "현재 스포티파이 월간 활성 사용자(MAU)의 약 25%가 팟캐스트를 듣고 있다"고 밝혔다.
 
스포티파이의 최대 장점은 '개인화' 기반의 큐레이션 서비스다. '하트 누르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 팔로우하기' 등을 기반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주거나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는 스포티파이가 글로벌 1위 사업자가 되게 한 일등 공신이다. 박 디렉터는 "스포티파이 개인화 서비스에는 콘텐츠 고도화를 담당하는 '알고리즘'과 음악을 주제에 맞춰 선별하는 '에디토리얼 팀', 합쳐서 '알고토리얼' 과정을 거쳐 제공된다"며 "에디토리얼 팀이 원석과 같은 음악을 발굴하면 알고리즘이 이를 다듬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보석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이미 서비스를 경험해본 사용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지난 2013년 미국 유학 당시에 스포티파이를 사용했던 30대 자영업자 A씨는 "아직까지 입력한 정보 값이 적었음에도 (다른) 사용자 데이터가 많아서인지 비교적 적확한 추천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 코리아 서비스 화면. 사진/스포티파이 코리아
 
그러나 스포티파이의 이번 한국 시장 진출에서 현지 맞춤형 전략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해외 시장과 똑같이 "잘하던 것을 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디렉터는 "한국은 다른 국가로 콘텐츠를 수출하는 몇 안 되는 국가"라며 "한국 음원 시장을 키울 수 있는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6위라는 크고 중요한 시장이다"고 강조한 박 디렉터의 발표에는 요금 플랜이나 국내 음원 확보 등 현지 소비자를 위한 전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설정한 주요 타깃층에 대해 묻자 박 디렉터는 "대중적인 부분을 확보하는 것은 오래 걸릴 거라고 예상한다"며 "개인화를 통해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이 원하는 개인 음악 환경을 만들 수 있어 차차 대중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스포티파이 요금이 비싸다는 지적에도 납득할만한 설명은 없었다. 무료 플랜이나 패밀리 플랜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가치에 충분히 합당한 가격을 설정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모든 이용자가 음원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스포티파이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B씨는 "미국에서 사용했던 무료 멤버십도 광고가 있을 뿐 음악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이 괜찮았는데 프리미엄 멤버십의 혜택이 뭔지 파악이 안 돼 당분간 유료 전환은 안 할 거 같다"고 했다. 
 
 
국내 음원 수급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스포티파이는 아이유·임영웅 등 인기 아티스트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37.5%라는 높은 국내 음원 유통 점유율을 가진 카카오M과 공급 계약을 맺지 못했다. 박 디렉터는 "지속적으로 여러 파트너와 협의해 더 많은 음악을 확보할 것"이라며 "(스포티파이에) 하루 약 4만곡이 새로 올라오는 상황임을 보면 지속 업데이트 과정에서 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음원 문제 때문에 스포티파이 이용을 망설이는 사용자도 있다. 영국에서 스포티파이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외국계 기업 재직자 C씨는 "한국 아이돌 노래에 꽂혀 하루종일 스트리밍할 때가 있는데 이 때문에 스포티파이가 얼마나 케이팝 차트를 운영하는지 들어봐야 할 것 같다"며 "당분간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이용하면서 결정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쓰라 오메르 스포티파이 스톡홀름 본사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 사진/스포티파이 코리아
 
한편, 스포티파이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며 더 많은 K팝 콘텐츠를 세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박 디렉터는 스포티파이가 국내 정식 진출 전부터 한국 아티스트의 음악을 전 세계 팬들과 연결해왔음을 강조하며 "한국 팀 셋업으로 국내 아티스트와 협업을 좀 더 긴밀하게 할 수 있어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디렉터는 "다른 언어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방향도 있고, 음악뿐만이 아닌 팟캐스트 형태나 마케팅 여력 등에서 여러 가지 협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포티파이는 차트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 마련했다. 이쓰라 오메르 스포티파이 스톡홀름 본사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는 "항상 최첨단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로 조작을 감지해 모든 스트리밍 차트 정보가 절대적으로 정확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 배한님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