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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님

당신은 '클럽하우스'에 초대받았나요?

2021-02-06 08:12

조회수 : 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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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아이언맨의 모델이 된 테슬라의 대표 '일론 머스크'와의 대화를 꿈꿔본 적 있으신가요? 음식을 시켜 먹을 때 자주 이용하는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는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어때요? 아니면 레인보우의 '지숙'이나 클래지콰이의 '호란', 한류스타 '장근석'은 어떠신지요?
 
 
이런 유명인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바로 '클럽하우스'라는 애플리케이션(앱)입니다. 실제 위에 거론된 유명인들이 클럽하우스에서 여러 사람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1일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8년 전 비트코인을 샀어야 했다", "원숭이 두뇌에 칩을 심는 데 성공했다" 등 깜짝 발언을 했습니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새벽 4시를 넘어서까지 사람들과 창업 생태계에 대해 토론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상반기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의 음성 SNS 앱입니다. 여러 명이 한꺼번에 음성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친구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과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국가별로 서비스를 분리하지도 않아 외국인과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팔로우한 사람이 들어왔을 때 알림을 받을 수도 있구요.  
 
누군가 방을 만들면 그 방의 제목이나 대화하고 있는 사람을 보고 들어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진행자 역할을 하는 '모더레이터'가 '스피커'로 선정하면 대화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리스너'로 듣기만 할 수도 있어요. 대화를 듣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손을 들고 모더레이터에게 '스피커' 권한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서정훈 지그재그 대표(대화명 Johnny), 정상엽 쿠팡 투자개발실장(대화명 Sean), 이승건 토스 대표(대화명 SG)가 클럽하우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클럽하우스 앱 화면 갈무리
 
이렇게 들으면 단순히 불특정 다수와 대화할 수 있는 단체 전화로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유명인이 있어서 반짝 흥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은 인간의 심리를 간질간질 건드려 당신을 빠져들게 만듭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한 번에 하나의 방에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녹화나 녹음 기능을 켜면 경고문이 뜹니다. 이 경고문을 여러 번 보면 차단당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런 특징이 이용자들의 FOMO(fear of missing out)를 자극해 클럽하우스를 떠날 수 없게 만든다고 합니다. 아무리 유명인이 왔다 갔다고 해도 내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절대 다시 들을 수 없는 거죠. 일론 머스크의 방은 최대 수용인원인 5000명을 꽉 채우고 또 거기를 중계하는 방까지 생겨 많은 사람이 대화 내용을 알 수 있었지만요. 이런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초대장 시스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용자 한 명당 딱 두 개만 나오기 때문에 클럽하우스에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유명인들까지 이런저런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돈 주고도 못 살 기회를 잡고 싶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말짱 꽝이니까요. 저기 끼지 못하면 왠지 뒤처진 느낌도 들구요. 녹음까지 제한돼 있으니 내가 들어가지 않고서는 저 안에서 무슨 대화가 오가는지 모릅니다. 초대받은 사람들끼리 어떤 네트워크를 형성하는지도 알 수 없죠. 꼭 18~19세기 영국의 클럽 문화와 같습니다. 이 때문에 초대장을 사고파는 사람들도 생겼다고 해요. 
 
클럽하우스 화면. 왼쪽 하단 빨간 네모 'Leave quietly'를 누르면 방을 나갈 수 있고, 오른쪽 하단의 손 모양 버튼을 누르면 대화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다. 사진/클럽하우스 앱 갈무리
 
음성 기반이다 보니 부담도 적습니다. 줌이나 팀즈같은 영상 기반의 채팅과 달리 내 얼굴이 나오지 않죠. 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라이브와 달리 듣고 있는 사람을 스피커로 올려 대화에 참여시킬 수도 있습니다. 내가 화면에 잘 나오고 있는지도 신경 쓰일 뿐만 더러, 녹음이나 녹화가 쉬워 말실수를 할까 두렵기도 하죠. 클럽하우스는 침대에 누워, 마이크만 켜서 대화에 참여하면 됩니다. 정장을 입고 있든, 잠옷을 입고 있든 상관없죠. 한창 말하다 조용히 사라져도 됩니다. 방을 나가는 버튼 이름마저 'Leave quietly'니까요.
 
블룸버그는 지난 1일 클럽하우스 사용자 규모가 약 500만명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열흘 만에 300만명이 늘었다는 거예요. 미국 유명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클럽하우스의 주간 활성 사용자(WAU)가 200만명에 달할 거라고 봤어요. 안데르센 호로위츠 등 투자자들은 클럽하우스의 자산가치가 1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클럽하우스 사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아직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매일 저녁 들어갈 때마다 늘어난 방 개수나 규모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점도 많습니다. 급작스럽게 늘어난 사용자에 서버가 불안정해 방이 자주 폭파된다는 거죠. 그리고 대표에 정치인에 연예인까지 쟁쟁한 스피커들 사이에서 말 한 번 못해보고 조용히 클럽하우스를 끄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쌍방향 SNS라고 홍보했는데 토론회 시청하는 것처럼 되어버리는 거죠. 게다가 유명인들이 있다는 이유로 구경만 하러 들어온 사람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지 미지수에요.
 
지금까지 요 며칠 사이 핫했던 클럽하우스에 대해 소개해보았습니다. 저도 오늘 저녁 아는 기자와 함께 대화방 하나의 모더레이터가 돼 보기로 했어요. 아직은 많은 사람처럼 '개미지옥'에 빠져 새벽 늦게까지 사용하게 되네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클럽하우스에 들어오고 싶으신가요?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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