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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율

2억원대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자율규제 실효성 도마 위로…법 제재 강화되나

엔씨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 위반 의혹 커져

2021-02-0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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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이 확률형 아이템 자율 규제를 위반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현재 운영 중인 게임업계 자율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규제를 자율에 맡겨 사행성으로 번질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발의한 게임법 개정안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확한 확률 공개를 비롯해 처벌의 내용을 담은 보다 강화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리니지 2M을 소개한 엔씨소프트 유튜브 영상 캡쳐.
 
최근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주력 모바일 게임인 ‘리니지2M'에 가장 높은 등급의 ’신화 무기‘를 출시했다. 2억원 가량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 최상급 무기인 ’신화 무기‘를 제작하려면 2중의 확률형 아이템 뽑기를 거쳐야 하는데 엔씨는 첫번째 단계의 확률만 공개해 논란이 됐다. 신화 무기 제작에는 ’고대의 역사서‘라는 아이템을 1~10장까지 각각 구매해야 하고, 이 역사서를 만들려면 다시 레시피 등을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어야하는 단계적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엔씨는 랜덤박스에서 레시피조각이 등장할 확률은 공개하고 있지만 2단계 고대의 역사서를 뽑을 확률은 공개하지 않아 이용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보완해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동안 한국게임사업협회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종류와 확률을 공개해야한다는 원칙을 마련해 시행중이지만 이번 리니지 사태와 같이 이중의 뽑기, 지나치게 낮은 확률 등을 제재할 수단이 없어 제도의 허점이 많다는 비판이 많았다. 게다가 자율에 맡겨 운영되는 방식이다보니 처벌이나 제재가 없다. 또한 게임사들이 공개하는 게임 확률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으로 번질 우려가 커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를 골자로 한 게임법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발의했고 오는 17일 관련 법안을 법안소위에 상정할 예정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시 처벌하는 규제 방안을 마련해 법제화 추진에 나섰다.
 
지난 2019년 9월 5일 서울 역삼동 '더 라움'에서 열린 리니지2M 미디어 쇼케이스 '2nd IMPACT'에서 엔씨(NC) 김택진 CCO가 키노트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엔씨소프트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기존 자율규제가 제대로 운영됐으면 좋겠지만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서 좀더 실효성 있는 제재를 추가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야한다는 내용을 게임법 개정안에 넣었고,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하면 형사처벌까지 하는 규정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니지 사례처럼 2단계 확률 비공개는 자율규제 원칙에 포함되지 않는 식의 꼼수가 발휘되지 않도록 이번에는 모든 확률을 공개하도록 하는 정의를 마련해놨다. 다만 자율규제 기조는 이어나가는 방향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률형 아이템의 자율규제가 실효성이 없다면서 정확한 정보공개를 비롯해 게임사들이 공개하는 확률이 타당한지를 다시 재점검하는 검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는 “현행 자율규제는 정보공개 측면에서는 작동하고 있지만 기업이 공개하고 있는 정보가 정확한지에 대한 검증은 안되고 있다. 또한 자율규제만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사행성 문제 부작용 등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 교수는 이어 “과거 ‘데스티니 차일드’ 게임에서도 확률 문제가 불거져 유저가 직접 확률 검증을 했었는데 이처럼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아이템에 대한 정확한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 불신이 커진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바로잡지 않으면 장기적 측면에서 게임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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