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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시론)한 손에는 경영학을 한 손에는 인공지능을

2021-01-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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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4차산업혁명으로 말미암아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될 거란 예측이 난무했다. 팬데믹 시대를 거치면서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등교'라는 개념이 바뀔 정도로 교육 분야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산업 전체에 혁명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이 시점에 우리는 무엇을 다음세대에 가르쳐야 할까?
 
19세기 후반 동양에서 최초로 산업혁명을 주도한 나라 일본, 이 시기에 새로운 경제의 설계자라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澁澤榮一, 1840∼1931)라는 관료이자 사업가가 있다. 일본이 2024년에 새로 발행할 최고액권인 1만 엔권 인물로 선정될 정도이니 그는 일본 역사 상 중요한 인물에는 틀림없다.  
 
시부사와는 일찍이 유럽을 시찰하던 중 벨기에 국왕을 접견하게 된다. 벨기에 국왕은 직접 공업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벨기에 철강 제품 구매를 권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시부사와는 상공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관직에서 물러나 사업가가 됐다. 그는 일본에 주식회사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을 뿐만 아니라, 제일국립은행, 도쿄 증권거래소, 도쿄가스, 도쿄해상화재보험, 제국호텔, 철도회사, 기린·삿포로 맥주 등 500개 이상의 회사 설립에 관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부사와는 니쇼가쿠샤 대학, 히토쓰바시 대학, 오오쿠라 상업학교 등 설립을 주도하는 등 상공업 교육에도 기여해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게 됐다. 그는 '한 손에는 논어, 한 손에는 주판'이라는 책을 냈는데,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논어에서 강조되는 '인(仁)'이었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베풀지 말라(己所不欲勿施於人) -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고, 상대에게 관용을 베푸는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다. 기업가는 주판의 손익 계산만 해서는 안 되고, 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대하는 '사회를 위한', '타인을 위한'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인의도덕과 생산 이익이 일치하지 않으면 진정한 부를 이룰 수 없으며, 경제를 발전시켜 이익을 독점하기 보다는 부유한 나라가 되기 위해 기업가는 부를 공유하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이었다. 
 
유명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사회적 책임'을 논한 역사적 인물 중에 시부사와 에이이치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없다면서 시부사와를 높게 평가했다. 경영학이 없던 시절, 시부사와는 논어를 통해 기업경영의 본질이 사회적 책임에 있다는 점을 제시한 것이다.
 
시부사와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AI 인공지능과 비대면으로 대변되는 경제, 사회적 변화와 함께 기존의 빈부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부동산, 주식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득이 더 늘어나고 있다. 불평등한 경제적 양극화로 중소자영업자들과 노동자들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미래형 교육의 방향은 학생들이 시대적 변화에 낙오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는 인재로 키워야 하는 데에 둬야 한다. 100년 전에는 주판이었다면 지금은 수학, 과학, 기술교육에 대해 컴퓨팅 사고력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강화돼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소프트웨어가 효율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사고체계를 전환하는 교육 개편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대학이 혁신 생태계의 중심지가 돼야 하는데, 관료적 관리체제에서 탈피해 AI 인공지능 등 혁신과 창업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대학은 좀 더 개방적, 자율적인 학생, 산업 및 지역 커뮤니티 등과 공동체 활동을 강화해 젊고 능력 있는 청년들이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학 내에 벤처캐피탈을 운영해 실험실 창업을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혁신 방안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경영학에서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배워야 할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협동을 하면서 프로젝트 방식으로 현실 문제 및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교사, 교수는 과거에 주입식 교육과 선다형 평가 방식으로 배웠기 때문에 프로젝트 방식으로 학생들을 리드하기 어렵다. 교원들에 대한 교육, 입시제도의 혁신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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