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이범종

smile@etomato.com

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정인이 양부 ‘살인죄’ 국민청원, 실현 가능성 낮다

양모 '아동학대치사'혐의에 사망 결과 포함돼 살인죄 적용 가능...양부 혐의 변경은 법리적으로 불가

2021-01-15 22:14

조회수 : 1,000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정인이 양부 안모씨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정인이 양부는 양모와 공범입니다. 반드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15일 오후 10시 기준 참여인원 24만1810명을 넘었습니다. 청와대 답변 조건인 20만명을 충족했습니다.
 
국민들의 이런 요구가 과연 검찰의 공소장 변경으로 반영될 수 있을까요? 법무부 장관의 답변은 부정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정인이 양모의 살인죄 혐의조차 다투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부 혐의도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우선 청원의 주된 근거를 살펴보겠습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나온 문자메시지입니다. 정인이 사망 당일 양모 장모씨가 출근한 남편에게 ‘병원에 데려가? 형식적으로?’라고 물었다는 내용입니다. 청원인은 양부를 향해 “이렇게 아주 시원하게 속내를 부인이 당신에게 털어놓는군요’라고 일갈했습니다.
 
그는 “당신이 정말 몰랐다면 이 모든 일이 당신이 없는 사이에 부인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면 그렇게 속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정인이 양모의 살인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도 쉽지 않아, 양부의 혐의를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검찰이 지난달 8일 양모 장씨를 구속기소하며 적용한 혐의는 '아동학대치사'였습니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고의를 인정해야 하는데, 구속만료 기간까지 근거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법의학자들에게 정인이 사인 재감정을 의뢰해 의견서를 받았습니다.
 
추가 수사로 드러난 정인이 사망 원인은 '발로 밟는 등의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으로 인해 췌장 파열 등 복부손상과 이로 인한 과다출혈’입니다.
 
검찰이 여기에 장씨에 대한 대검 심리분석을 종합한 결과, 그가 정인이 사망 가능성을 인지해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첫 재판날인 13일 주위적 공소사실로 살인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서정빈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양부에 대해) 살인죄나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살인죄나 살인방조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양부가 양모의 행위에 일부라도 가담했다거나 용이하게 했다는 사실, 혹은 이후에 정인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상태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한 채 일부러 병원에 가는 것을 지연시켰다는 등의 사정이 확인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양모의 문자 내용만으로는 위와 같은 사정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다"며 "단지 양모의 행위나 정인이가 다친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정도만으로는 살인행위에 가담을 하였다거나 도움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애초에 두 사람이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아서 살인 혐의 적용이 안 되는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장에 함께 있지 않아도 살인 방조 혐의 적용은 가능합니다. 살인 교사범이 살인범과 한 장소에 있지는 않습니다.
 
양부 안씨는 애초에 유기와 방임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점이 공소장 변경이 어려운 또 다른 요인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전혀 다른 혐의를 적용할 경우 "공소장 변경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아내의 경우 공소장 변경 전 죄명이 '아동학대치사'로, 정인이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미 범죄사실에 포함돼 있어 공소장 변경이 가능했다"며 "남편의 경우 사망 부분으로 기소되지 않아 법리적으로 공소장 변경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 시작은 검찰의 수사 종료를 뜻합니다. 형사재판에서 공소장 변경 허가가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 변호사는 "마구잡이식 공소장 변경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침해한다"며 "엄격한 요건 하에 검찰이 변경을 신청해도 법원이 불허하는 일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피고인이 자기 죄명을 정확히 알아야 재판에 임할 수 있는데, 재판 도중 죄명이 추가되면 방어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고 정인 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두고 간 선물들이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 이범종

안녕하세요, 이범종입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