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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두산인프라코어, 'DICC 매각 투자자 상대 소송'서 기사회생

대법 "협조의무 위반 맞지만 신의성실 위반행위로 보기 어려워"

2021-01-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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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상장에 실패한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매각과 관련해, 투자자들이 계약상 동반매도요구권을 주장하며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오딘2(유) 등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등 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994년 대중국 전략 기업으로 DICC를 설립한 뒤 2011년 중국 진출을 본격화 하면서 사모투자전문사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이 때 투자계약서에는 투자 대가로 DICC의 지분 20%를 양도하고 3년 내 중국 증시에 상장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두산이 보유한 지분 중 80%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동반매요구권 조항을 포함했다.
 
그러나 DICC의 중국 증시 상장은 좌절됐고 투자자들로부터 지위를 승계받은 오딘2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를 전제로 DICC 주식 매각절차를 진행하면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제공을 요청했지만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를 일부 거부했다. 결국 매각절차는 중단됐고, 오딘2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의성실에 반해 DICC 주식 매각을 방해했다면서 소송을 청구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1심은 오딘2의 청구를 기각했다. 인수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업상 비밀이 포함된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두산인프라코어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2심은 오딘2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판결을 뒤집었다. 다만 인정된 매매대금 액수 7903억이었지만 오딘2가 명시적으로 청구한 금액이 100억원이어서 이 금액만 인정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상고했다.
 
대법원도 두산인프라코어가 협조의무를 위반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 사실만으로 두 당사자 사이에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는 볼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특정 법률행위에 관해 어떤 사실이 효과의사의 내용을 이루는 조건이 되는지와 해당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로 법률행위의 효력이 발생하거나 소멸하는지는 모두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건의 성취 또는 불성취가 법률행위의 효력을 발생하려면, 단순한 협력 거부만으로는 부족하고 민법 150조에서 정한 방해행위에 준할 정도로 신의성실에 반해 협력을 거부함으로써 계약에서 정한 사항을 이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계약상 신의칙에 반하는 협력의무 위반이 있어서 조건 성취를 의제하려고 하더라도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만으로는 실제 원고와 피고가 DICC 주식을 매도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의제할 수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조건 성취 방해에 따른 조건 성취를 의제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정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 사건 매각절차는 동반매도청구권이 행사돼 DICC의 지분 100%가 매도될 수 있음을 전제로 진행돼 기업의 지배권을 이전하기 위해 주식을 양도하는 기업인수절차와 같다"면서 "기업인수계약과 마찬가지로 본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여러 가지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을 가진다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피고가 원고의 자료제공 요청에 불응했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 성취를 방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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