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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극단적 선택' 줄어…전문가 “장기적 증가 가능성”

8월까지 8566명 전년대비 6.7% ↓…20~30대 여성 취약층, 대책마련 시급

2020-11-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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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용준·신태현 기자]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5일 통계청의 고의적 자해 사망자 수(잠정)를 살펴보면 올 8월까지 누적 자살자는 8566명으로 지난해 동기 9180명보다 6.7%, 614명 줄었다. 월별 자살자도 1월부터 8월까지 모두 전년 동월보다 낮게 나타났다.
 
앞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코로나 블루’라며 코로나 유행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제한, 폐업, 무급휴직, 해고, 채용 감소 등으로 인해 사회적인 우울 현상이 확산돼 자살자 수가 증가할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자살은 개인적 요인과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단기간에 이를 명확하게 단언할 만한 분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학교·직장 등의 외부활동을 줄이면서 여기서 오는 사회적인 스트레스를 줄였을 가능성이 있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같은 자살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이 일종의 사회적 격리 상태에 놓이면서 기존의 압박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
 
또 전쟁·감염병 같은 사회적으로 강력한 재난이 닥쳤을 때 단기적으로 자살자 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이 아닌 사회적으로 동일한 스트레스가 가해질 때 사회적으로 큰 고통에 빠지지만 당장은 박탈감이나 소외감이 줄어 자살자 수가 줄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재난지원금 같은 경제적 지원이나 심리지원이 효과를 거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연정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병원에 있어보면 실제로 자살 시도로 인해 응급실 오는 사람이 줄었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이 적어져 대인간의 관계에서 스트레스 요인 줄고. 나라에서 재난지원금을 나눠줬다. 그런 부분이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지만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볼 때 자살자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거나 사회적 고립이 지속되는데도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오히려 일정기간이 지난 후 스트레스가 누적돼 나타날 수 있다. 2003년 사스 유행 당시 홍콩에서 단기적으론 자살자 수가 소폭 감소했지만, 사태 종결 이듬해 1264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크게 늘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코로나와 같은 감염재난 시기에 다같이 힘들 때 함께 이겨내자는 사회적 분위기는 자살 예방에 보탬이 될 수도 있다. 해외에서도 재난 첫 해엔 자살이 줄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적 위기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여러 활동이 코로나로 막히는 상황이 지속되면 자살 증가도 예상되므로 적극적으로 대응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유행 이후 새로 꼽히는 자살 위험군이 20~30대 여성이다. 남성의 경우 8월 누적 5933명으로 10% 감소했지만, 여성의 경우 2633명으로 1.7%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자살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고, 자살시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추세를 감안해도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8월까지 전국 65개 응급실에 실려온 자살 시도자를 분석했더니 여성이 93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다. 반면에 남성은 5735명으로 비슷했다.
 
코로나는 청년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대입부터 휴교, 채용, 휴직, 해고 등 각종 코로나 관련 이슈들이 모두 청년들과 직간접적으로 엮여있다. 게다가 각종 모임이 사라지고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던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질 기회조차 줄거나 사라졌다. 청년층의 자살 증가는 최근 수년간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자칫 코로나로 인해 급증할 우려가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은 관심군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결국 코로나로 인한 우울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사회 초년생으로 출발하는 여성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다.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울증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용민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강조하고 싶은 건 20~30대 여성은 더 명확히 늘었다. 유럽 사회도 여성이 더 영향을 받는다. 유럽은 상당히 평등한데도 비정규직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힘들 수도 있다. 사회적 관계가 차단됐을 때 정서적으로 힘들어하는 건 역시 남성보다 여성이다. 젊은 여성들의 자살이 많이 늘어난 이유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25일 자살 문제 관련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신태현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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