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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공모' 김경수 2심서도 징역 2년…선거법 위반은 무죄(종합)

재판부 "킹크랩 시연 봤다" 판단…법정 구속은 안 해

2020-11-0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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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필명 '드루킹' 김동원씨의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함상훈)는 6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11월9일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경수 지사에게 '킹크랩'을 시연했다"는 김씨의 주장이 사실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일명 '산채'로 불린 느릅나무출판사는 김씨가 운영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사무실로 사용된 장소다.
 
재판부는 김씨가 작성한 옥중 노트와 경공모 소속 회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김 지사가 경공모를 방문해 프로토타입 시연을 참관한 사실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할 수 있다"면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옥중노트에 김 지사가 2번째 방문한 상황에 대해 강의장에서 '킹크랩'과 관련해 김 지사에게 브리핑하고, 우모씨에게 프로토타입을 구동해 김 지사에게 보여줬다고 기재했다"며 "옥중 노트 기재 또한 강의장에서 프로토타입, 모바일폰 구동 구체적으로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일 김씨가 무고한 김 지사를 이 시건 공범으로 끌어들일 의도로 처음부터 허위사실을 조작하려고 했다면 김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구두로 '킹크랩'을 허락받았고, 당시 배석해서 이야기를 들었다는 목격자도 있었다고 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고 목적 달성 가능성도 높았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김씨가 굳이 시연이란 일상적이지 않은 이벤트가 있었다고 기록했다"고 부연했다.
 
또 "김씨와 우씨, 양모씨 등이 김 지사가 2번째 방문한 상황과 관련해 서로 입을 맞추고 허위로 진술한 사실은 분명히 있으나, 수감 중 자신들의 기억을 증명할 만한 객관적 자료가 불충분하다고 여긴 나머지 때로는 거짓된, 때로는 과장된 진술을 했다 해서 그저 이를 탓하면서 그들의 진술 전체를 없는 것으로 돌리는 것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란 형사재판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러한 여러 증거에 의하면 김씨가 김 지사에게 '킹크랩'을 브리핑했고, 시연했다는 일관된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주사회에서 공정한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저버리고 조작하는 행위를 한 것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그 '킹크랩'이란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댓글 부대 활동 사실을 용인한 것은 존경받아야 할 정치인으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는 다른 범죄도 있지만 주된 것은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개발자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며 "역작업한 내용이 있지만, 김 지사의 당시 위치 등을 보면 1심이 선고한 징역 2년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후보자가 특정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유리한 행위를 해달라고 한 정도로는 법률적으로 유죄가 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가 있어야 한다"며 "공소사실은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자가 당선될 수 있게끔 해서 선거는 특정됐지만, 후보자는 특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특검의 논리는 선거 즈음의 행위를 모두 처벌하자는 주장인데, 그것은 너무 넓게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하는 명확성 원칙에 벗어나는 주장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또 하나는 센다이 총영사를 제안한 의사 표시가 지방선거에 대한 대가로 공소사실에 적혀 있는데, 잘 보면 대선과 관련된 금품 제공 의사 표시는 공소시효가 지나서 고육지책으로 연결해 기소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제안의 시기와 관련자 진술 모두가 대선과 관련한 보상이라고 이야기할 뿐 이것이 지방선거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나와 있지 않고, 수사 과정에서도 그것에 대해 묻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 지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도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지사가 공직에 있고, 지금까지 공판에 성실히 참여했다"며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심에 이르러 일부 무죄가 선고됐고,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한 마당에 보석 취소까지 할 것은 아니라고 재판부가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 측은 이날 선고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방침이다. 김 지사 변호인단은 재판 이후 "이 사건 사실관계를 확정한 것에 관해 고등법원의 판단에 다소 의문이 있다"며 "대법원에 상고해서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가장 쟁점이 되는 로그 기록과 관련해 오후 8시7분 무렵에는 브리핑이 끝났다고 단언했고, 그 단언의 근거로 그 무렵에 강연장 밖에서 댓글 작업한 로그 기록이 몇 번 발견됐다는 것"이라며 "그것으로 과연 당시 브리핑이 끝났다고 사실관계 확정할 수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당일에 브리핑할 때 강의장에 들어가지 않았던 '산채' 스태프가 있었던 것이 객관적으로 밝혀졌는데, 로그 기록만으로 브리핑이 끝났다고 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판부의 논증 과정에서 좀 더 아쉬운 것은 동선에 관해 합리적인 논증을 하지 않았다"며 "구글 타임라인에서 도착과 출발 시간이 고정돼 있고, 식사 여부에 대해서도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후 8시7분부터 23분 사이 시연이 있었다면서 9시15분 출발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설명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지사는 김씨 등과 공모해 지난 2016년 11월 무렵부터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지방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도 받는다.
 
김 지사는 1심에서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지만, 2심 재판부의 보석 결정으로 지난 4월 풀려난 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지난달 3일 진행된 김 지사의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징역 3년6개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6개월 등 총 징역 6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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