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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펜타포트와 자라섬 '쇼는 계속 돼야만 한다'

2020-10-31 21:09

조회수 : 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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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의 '산역사'이자 '큰 형님'처럼 존재해오고 있는 두 페스티벌이 있다. 록계의 '펜타포트'와 재즈계의 '자라섬'이다.
 
올해로 각각 15주년, 17주년을 맞은 두 축제는 음악 페스티벌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한줄기 빛의 역할을 했다. TV 등 주류 매체에서 다루지 못하는 수많은 음악인들을 무대 위에 올려, 대중들과의 접점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냈다. 
 
펜타포트의 역사를 읊자면 록 페스티벌 환경이 척박했던 1999년 '트라이포트 페스티벌'로 거슬러가야 한다. 해외의 기라성 같은 페스티벌을 보고 온 기획자들이 나서서 만든 국내 첫 록페. 그러나 야심찬 계획은 대자연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폭포수 같은 장대비가 하필 이 기간 대거 쏟아지는 바람에 무대가 중단된 일화는 아직까지 페스티벌 업계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처럼 떠돈다.
 
이후 중단됐다가 2006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로 명칭을 바꾼 후 지금까지 1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딥퍼플, 뮤즈, 트레비스, 언더월드, 콘, 들국화, 이승환, 서태지 등 1200팀 이상을 무대에 세웠고 총 90여만명의 누적관객을 동원한 국내 록페의 자존심으로 꼽힌다. 이름이 없던 신인 밴드들이 이 무대에 섰다가, 지금은 록 음악을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밴드 넬 멤버들은 1999년 트라이포트의 장대비를 피하려 PC 방에 들어갔다가 지금의 밴드를 결성했다. 2006년 술에 취해 펜타포트 무대에서 록스타처럼 '음주 공연'을 한 일화도 지금까지 널리 회자된다. 당시 펜타포트를 홍보했고 지금 세계적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 홍보담당 일을 하는 관계자와 자주 만나면 "술에 취한 채 하는 공연 때문에 사고가 날까봐 정말 식은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고 웃지 못할 이야기처럼 늘어놓곤 한다. 그랬던 밴드는 2014년 보란듯이 이 페스티벌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진)로 섰고, 올해 15주년을 축하하는 비대면 공연의 주요 출연진으로 함께 했다.
 
넬 뿐이랴. 자우림, 국카스텐 역시 비슷한 경로를 거쳐 이제는 당당히 국내 록 음악을 대표하는 주자로 이 행사 무대에 섰다. 이쯤되면 행사 자체가 '국내 록 음악'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도 국내 재즈의 대중화를 위해 뚝심있게 나아가고 있는 축제다.
 
2004년 경기도 가평에서 1회를 시작으로 해마다 열려왔다. 세계 최정상급의 아티스트부터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제3세계 아티스트, 실력있는 로컬 밴드에 이르기까지 재즈 기반의 다양한 장르들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가을 '잔다리페스타'의 부대행사로 마련된 세미나 세션에서 '자라섬'이 왜 국내의 독보적인 재즈 뮤직 페스티벌이 됐는지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자라섬의 총 기획자로 나선 대표는 "자라섬은 가평이란 지역 문화와 상생을 하는 기획으로 애초부터 구상했고, 이것을 뚝심있게 밀어부친 결과 오늘에 이르렀다"고 했다. '재즈'를 주 무기로 삼되, 가평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 축제화' 시킨 것, 그것을 꾸준히 밀고 나간 점이 독보적인 브랜딩의 배경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축제는 2013년 기준으로 누적관객수 100만명을 넘어서며 재즈 뿐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 각각 15, 17주년을 맞은 두 페스티벌은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될 뻔한 고비를 여러 차례 겪었다. 펜타포트는 온오프라인으로 진행하려다가, 코로나 재확산 탓에 다시 또 온라인으로 변경했고, 자라섬 역시 가능성을 타진하다 결국 3일짜리를 17일로 늘려 온라인 상에서 진행했다.
 
유튜브상에서 두 축제의 채널을 넘나들며 본 결과, 두 축제는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비록 드넓은 잔디밭에서 함께 듣는 음악은 아니었지만 두 축제는 나름대로 역사의 명맥을 이어갔다. 채팅창에는 수만 수백의 음악 팬들이 모여 재기발랄한 '놀이터'를 만들어댔다. 
 
펜타포트 이디오테잎의 신명나는 전자음이 부유할 때 누군가가 댓글을 달았다. "아 진짜 뒤에서 자꾸 밀지 마세요!!!" 페스티벌의 격한 현장 상황을 빗대 장난식으로 풀어낸 언어유희. 우스꽝스런 장난식 표현 뒤로 댓글들이 차례로 달리며 실제인 듯한 환영을 일게 했다. 
 
'쇼는 여전히 계속돼야만 한다, Show must go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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