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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관과 유교랜드얼마전 과방위 국감장에서 국립중앙과학관의 자연사 표본 80만점 중 민물고기만 43만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별한 연구목적이 아니면, 한국을 대표하는 중앙과학관의 표본 대부분이 민물고기일 이유는 없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유국희 중앙과학관장의 전공은 원자핵공학으로, 그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과학기술정통부 대변인을 거쳐 국립중앙과학관장에 임명되었다. 지난 11년간 중앙과학관장은 모조리 과기부처 관료 출신이 독점해 왔다. 중앙과학관장은 과기부처 관료의 휴양지다. 과학관이 민간 주도인 서구와 달리 국공립 과학관이 대부분인 한국에서, 과학관장은 낙하산 인사의 향연장이다. 2018년엔 국립부산과학관장과 국립광주과학관장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WISET 출신 인사들이 비전문·코드 인사로 임명되며, WISET 출신인 당시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과의 연관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심지어 광주과학관장에 임명된 김선아씨는, 과학관 운영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수학과 교수 출신이었다. 과학관의 경영을 책임져야 할 관장이 정치인의 코드 인사로 임명되고, 주어진 임기마저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서, 과학관이 제대로 운영될 리 없다.  며칠전 국립과천과학관이 할로윈에 맞춰 ‘할로윈 사이언스’를 연다며 페이스북에 유료 이벤트 광고를 했다. 포스터는 요즘 유행하는 B급 감성인데, 최근 방송에서 크게 히트친 나훈아의 노래 테스형을 중앙에 배치했다. 행사를 알리려는 노력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 포스터엔 재미도 맥락도 없다. 코로나19 시대, 감염병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대응보다 할로윈 파티가 과학관의 주요 행사가 된다는건 이해를 넘어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촌극이다. 가장 화가 나는 건,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과학관이 과학대중화를 빌미로, 갈 수록 과학을 저질화시키는 참극이다. 국립 예술의 전당 행사포스터가 이 모양 이 꼴이었으면, 아마 예술인 대부분에게 욕을 먹었을 일이다. 심지어 과학기술계와 과학관 사이엔 아무 접점도 없다. 과학이라는 말을 빼면, 한국의 과학관과 과학자 사이엔 아무 관계도 없다. 과학관을 바라보는 과학기술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현행 과학관 육성법에 따르면 과학관은 “과학기술자료를 수집·조사·연구하여 이를 보존·전시하며, 각종 과학기술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여 과학기술지식을 보급하는 시설”을 말한다. 서양에서 기원한 과학관은 1세대인 과학박물관, 즉 수집·보관·연구·전시를 주요기능으로 하던 시대를 거쳐, 2세대인 과학센터, 즉 전시를 넘어 소규모 실험을 통해 과학기술의 원리를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비정규 과학교육 공간으로 진화했다. 최근엔 제3세대 과학관, 즉 과학기술과 사회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광장으로서의 과학관’ 논의가 활발한데, 한국의 과학관은 관료주의의 함정에 빠져 무의미한 표본 유지와 유치한 과학대중화 행사에 치중하고 있다. 과학관은 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장소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과학관의 연구 기능이 대폭 증진되어야 하며, 과학관의 운영이 정치적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중앙과학관에서 자연사 표본을 관리하는 연구인력은 단 2명 뿐이다. 과학관 운영에 아무런 철학과 비전을 갖지 않은 과학관장을 십수년간 임명한 참혹한 결과다. 이번 민물고기 표본 사태는, 표본의 대다수가 민물고기였기 때문이 아니라, 1억점이 넘는 선진국의 표본 수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숫자의 표본을 보유한 중앙과학관의 수준과, 그 표본을 관리하는 인력과 체계가 전무하다는 어이없는 현실 때문에 비참한 것이다. 과학관의 본질에 대한 고민 없이, 관료주의와 엉터리 과학대중화로 과학관의 역할을 축소?왜곡한다면, 과학관은 얼마 안가 사회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 전직 과학관료는 동네마다 과학관을 지어 과학자 실업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2007년 과기부가 작성한 ‘과학관 육성을 위한 기본 정책방향 연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써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과학관이 적으면 국민과 국가가 지원하여 많은 과학관이 건설될 수 있지만, 미흡한 과학관이 많으면 외면당하고 드디어는 폐쇄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 경상북도가 400억원을 들여 만든 유교랜드가 고질적인 적자로 혈세를 축낸다는 기사가 화제였다. 수백억을 들여 건설 중인 국립과학관이 유교랜드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제발 과학이라는 이름을 욕보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테스형은 과학과 무슨 관계일까?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Woo.Jae.Kim@uottawa.ca) 


삼성의 상속을 지켜보는 마음삼성의 상속 문제에 온 국민이 불안하다. 코로나 사태에도 경제가 이만큼 버티는 데는 삼성의 반도체 공이 크다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이다. 그 삼성이 흔들리면 경제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삼성에 매달린 동학개미도 많다보니 초유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직장인들 주식투자가 코로나 상황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이 삼성전자였다. 출렁이는 증시에도 삼성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주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동학개미 바람에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시작하기에도 삼성은 리스크가 덜하다. 직장인들이 힘들게 모은 월급, 쌈짓돈이 삼성전자 계좌에 들어가 있다. 빚까지 내서 투자한 사람도 많다. 직장인들이 생계 때문에 삼성의 명운을 걱정하게 됐다. 다른 어느 때보다 삼성 편도 많아진 셈이다. 촛불혁명, 재벌개혁, 적폐청산 등 정권이 바뀔 당시 삼성이 뭇매를 맞았던 상황과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재개되는 소식에 두둔하는 댓글들도 여럿 보인다. 삼성을 제발 내버려두라는 얘기다. 그 댓글에는 정치인들에 대한 염증도 섞여 있다. 재벌 폐해를 운운하지만 정작 정치인 비리도 못지않다는 짜증이다. 최근에도 사모펀드 의혹으로 정치권이 온통 말썽이니 그럴 만도 하다. 삼성은 수출해 외화도 벌고 세금도 수조원을 내는데 자리싸움만 하며 세금만 축내는 정치인들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렇다고 삼성 상속에 특혜나 편의를 봐줄 순 없다. 삼성의 상속 문제는 지금은 여차저차 막더라도 언젠가는 막지 못할 문제다. 미국과 일본 등 재벌이 있었던 여러 선진국들이 거쳤던 역사다. 이들 역사에서 재벌은 회사가 커진 만큼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전문경영인체제로 전환됐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다음세대에 물려줄 의향이 없다고 했으니, 삼성이 바뀔 것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을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지금 전문경영인체제 KT, 포스코를 보면 아무래도 성장속도가 재벌에 비해 뒤처진다. KT는 현재 그룹 자산총액이 20년 전과 비슷하고 포스코도 최근 10년간 성장이 멈춰 있다. 이에 비해 삼성이나 SK를 보면 참 잘 컸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런 삼성이 전문경영인체제가 된다면 지금처럼 동학개미는 의지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것은 일견 기우다. 삼성의 반도체 신화가 총수일가만의 작품이라 착각하는 것이다. 반도체 사업을 일으킨 결정적 판단은 이건희 회장이 했지만 실행은 모두 임직원들의 몫이었다. 업적은 구성원 모두의 합작품이다. 삼성 임원 연봉이 많으면 수백억원 되는 것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벌 후계가 선대만큼 경영능력이 좋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억지로 상속세를 해결하려다 보면 세습 비리, 지배구조 문제가 생긴다. 그것이 또 불법적으로 비화돼 기업에 오너리스크를 안기게 된다. 그러니 순리에 맡겨야 한다. 삼성이 불안해도 선진국은 이미 거친 과정이다. 우리도 선진국이 되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체제 전환 과도기가 오면 삼성을 지키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것이다. 반도체에 한이 많은 중국이 언제든 삼성을 노리고 있다. 어디 삼성을 탐하는 것이 중국뿐이랴.  이재영 온라인부장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