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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얼마가 적당한가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북한의 지도자는 대북경협을 실천하지 못하는 남측이 원망스러워 "금강산 관광시설까지 철거하라"지만, 미국은 대한·대일 분담금이 대폭 상향되지 아니하는 한 대북 제재를 풀지 아니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남·북 지도자를 번갈아 만나면서 뭔가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으나 속내는 달랐다. 한국인들은 분담금 고지서가 날아오자 비로소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이유를 알아차렸다. 차기 미국 대선에서 한반도 평화보다는 분담금 수확이 더 큰 득표원이 될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군사적 최대 현안은 역내 주둔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이다. 한국이 미군을 필요로 하는지 아니면 미군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지 의아하지만, 작금의 분담금 협상을 보노라면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오키나와)에 그리고 한국전 이후 한국에 장기간 주둔하면서 "역내 국가들이 미군을 간절히 바란다"는 확신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은 걸핏하면 미사일을 발사해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한국의 극우파와 태극기부대들은 연일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걸고 "정부 불신과 대통령 하야"를 외치니 미국으로서는 "한국인들이 정말 미군을 간절히 원한다"고 여길 만하다. 정치를 잘 모른다면서도 광화문 집회에 다녀왔다는 한 걱정 많은 여성에게 "주한미군이 필요한 것 같냐"고 물었다. 대답은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그렇다"였다. 군사정전협정(1953)이 아직 평화협정으로 전환되지 아니한 상황에서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저 집과 땅들을 어찌하랴. 또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지 않겠는가. 미국 정보통들이 어찌 한국인들의 이런 막다른 정서를, 비록 일부라 할지라도, 모르겠는가.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분담금을 대폭 올리라고 요구할 만하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부정하고 미국의 분담금 요구를 냉정하게 뿌리치기에는 외세 앞에 개화파와 수구파가 대립하던 구한말처럼 쉽지 않다. 일본과 청나라, 러시아가 한반도에서 각축하던 1세기 전 상황과 중국·미국·일본이 패권을 다투는 작금의 상황이 얼마나 다를까? 1905년에 일본 공사 하야시는 군대를 이끌고 대한제국의 황제가 거처하는 경운궁(지금의 덕수궁) 중명전으로 들어가 고종 황제와 대신들을 협박하면서 을사보호늑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듯 비슷한 장면이 역사 속에서 반복된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청와대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면서 해리 해리스 주한대사, 마크 밀리 합참의장,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 등을 대동했다. 그들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뿐 아니라 일본을 대리해 한·미도 아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까지 거론했다. 미국은 평택 미군기지를 무상으로 쓰고 이전비용도 모두 한국이 부담하는 조건에서 방위분담금을 현재 1조원 선에서 6조원으로 올리라고 요구한다. 소셜미디어를 장식하는 수사처럼 미군에 "갈 테면 가라"고 외칠 것인가, 아니면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라고 외울 것인가? 미군에게 방위비를 지불한다면 얼마나 지불해야 할까?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때문에 남북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아니할 수도 있겠지만, 평화협정이 맺어질 때까지는 사즉필생의 수판을 놓아야 한다. 한번 따져보자.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연설비서관이었던 가이 스노드그래스는 자신의 국방부 시절을 회고한 책 '선을 지키며'(2019)에서 해외주둔 미군 문제를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초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물었다. "주한미군의 댓가가 무엇인가?" 매티스는 답했다. "미국의 안전보장이다." 그러자 트럼프는 반박했다고 한다. "손해 보는 거래다. 한국은 연 600억달러(70조원)를 내야 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 7월 동북아 지역 방문 당시 일본에 약 300% 인상한 80억달러(약 9조336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오는 2021년 3월 종료되며, 현재 일본에는 미군 5만4000명이 주둔 중이다. 주한 미군의 주둔비용과 한국의 분담율은 종잡기 어렵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016년 청문회 때 한국의 분담률이 50% 가량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아메리칸액션포럼은 '미국 동맹국 방위비 분담 보고서'(2016)에서 한국 분담률이 41%라고 썼다. 독일은 18%였고, 일본은 50%였다. 미국은 반타작할 셈(3조원)으로 6조원을 제시하였을 것이다. 만약 한국이 2조원을 내면 분담율 100%가 된다. 분담금(contribution)이 100%를 넘으면 이미 분담금이 아니다. 한국인들이 미군의 봉급까지 부담하게 된다. 이는 지원군의 지위가 끝나고 한국이 미군을 고용한다는 의미다. 미국이 전파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따르면, 고용은 살림살이(경제)에 달려 있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시장성 논리에 묻히는 방송의 지역성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을 위한 정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텔레콤과 티브로드 간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원회의 결정을 남겨놓고 있다. 방송·통신 주무부처의 승인이 남아있긴 하지만, 불허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 등 글로벌 관점에서 미디어 시장이 급변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킬 수 있는 M&A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까닭이다.  앞서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를 추진할 당시 독과점을 이유로 불허한 바 있는 공정위도 이번에는 3년전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 유료방송 시장이 급속히 디지털 중심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즉 시장성 논리가 깊숙이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방송은 시장성의 논리로만 바라볼 수 없는 영역이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TV는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자로 지역성 구현을 주요 책무로 하고 있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방송을 통해 지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나서고 있고, 지역연고 스포츠 중계방송,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소개 방송 등 전국방송에서 다루지 못하는 지역문화와 지역 커뮤니티 장을 만들어왔다. 시장성으로만 살펴본다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지역민의 정보 습득 선택권 측면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시장성 논리만으로 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전국 단위 사업자인 인터넷(IP)TV가 지역 사업자인 케이블TV를 M&A 하려면 지역성 구현에 대한 방안이 따라나와야 한다. 하지만 IPTV 진영은 콘텐츠 확대라는 막연한 계획만 있을 뿐 지역성 구현에 대한 계획은 전무하다. 이를 우려한 듯 최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협의회,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등은 잇따라 성명서를 내며 케이블TV 시장 보호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거대 플랫폼 체제에서 이들이 고사한다면 방송의 지역성은 담보될 수 없다.   변화하는 시장에 맞춘 미디어의 체질 개선은 필요하다. 하지만 미디어의 지역성을 지킬 수 있는 방안도 뒷받침돼야 한다. 방송의 지역성에 대한 보호장치 없이 M&A가 진행된다면 자칫 IPTV를 쥐고 있는 통신사들의 배만 불릴 수도 있다.  이지은 중기IT부 기자(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