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토마토칼럼)자동차 노사, '갈등'이란 꼬리표 떼자
2020-09-29 06:00:00 2020-09-29 06:00:00
"매번 그렇게 싸우는 것도 대단하고 회사가 유지되는 것도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얼마 전 지인과 나눈 대화의 일부다. 어떤 차를 더 선호하느냐로 시작했던 이야기는 자동차 업계의 노사갈등으로 마무리됐다. 일반에게 자동차란 상품만큼이나 노사갈등이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동차 업계의 노사관계에는 언제나 갈등이란 말이 따라온다. 극한의 갈등이 표출되는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이뤄지니 당연하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쌍용차는 일찌감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했지만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업계 맏형인 현대차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의미가 크다. 자동차 업계 노사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에 2년 연속 무분규로 합의를 이뤘는데 역대 두 번째란 게 화젯거리가 된다. 그만큼 이해나 주장이 뒤얽혀 시끄럽게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고 그동안 자동차 회사 노사 관계 역사가 대부분 다툼으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현대차 노사가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는 점은 현재 자동차 산업이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연초부터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공장이 멈추고 자동차 판매가 크게 줄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쳤고 선두권에 있는 기업들도 대규모 인력 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코로나19 이전부터 큰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뒷걸음질하는 중이었고 전기차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막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물론 현대차는 코로나19 상황속에서 글로벌 업체 중 가장 선방한 실적을 기록 중이고 미래차 시장에 대한 대비도 막힘없이 진행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의 입지는 누구도 흔들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다. 누가 봐도 사정이 제일 낫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임금을 동결한 것은 지금의 고비를 넘기고 미래 시장에 대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에만 집중하자는 뜻이다.
 
현대차의 이번 합의는 노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담겨 있다. 현대차 노사는 고용 안정을 핵심으로 하는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 실리와 대화를 지향하는 현 노조 집행부가 임금을 양보하는 대신 얻은 결과물이다.
 
임금 인상도 고용안정도 물러설 수 없다며 '강 대 강' 대치를 선택했다면 현대차 노사는 지금도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어도 마찬가지고 그 결과는 노사 모두에게 상처만 남겼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와 노조는 이해가 부딪힐 때가 많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충돌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현대차 노사처럼 강하게 부딪히지 않아도 풀어나갈 방법이 있고 이런 방식이 서로에게 더 도움이 된다. 특히 지금처럼 자동차 산업의 성장세가 꺾인 상태에서는 강 대 강 대치가 현명한 해법이 되기 어렵다.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여느 때보다 갈등을 멀리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양보 그리고 합심이 필요한 이유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