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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집회' 임박, 고민 깊은 법원
법조계 "광화문 집회 전례로 불허될 것"…일각에선 "조건부 허가" 가능성도
2020-09-27 18:00:00 2020-09-27 18: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경찰이 코로나19 재확산 차단 차원에서 개천절 도심 집회 신고단체에 금지통고를 한 데 대해 일부 보수단체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최종 결정권을 가진 법원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27일 경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8·15집회 참가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25일 "경찰의 10인 이상 외 집회 금지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냈다. 해당 사건은 늦어도 오는 2일 결론이 나온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도 개천절 차량 200대 시위계획에 대해 금지통고를 받자 28일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경찰은 "준비·해산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위험이 있고 심각한 교통장애와 교통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면서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법원이 일부 보수단체들이 낸  서울시의 집회금지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인용하면서 지난달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주변에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법조계는 일단 지난 광복절 집회 여파를 볼 때 법원이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두 개 보수단체가 서울시의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에서 "서울시의 처분은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단체들의 신청을 일부 또는 전부 인용했다. 하지만 이후 8.15 광화문 집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법원은 여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광화문 시위를 허가한 판사를 해임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40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난번에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줄어들고 있었고 소규모 집회라 허가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려 감염 확산이 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이 같은 전례와 좀처럼 감염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봤을 때 쉽게 허가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단체들이 불법집회를 강행한다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주최자가 2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참가자는 6개월 이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서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드라이브 스루 집회 역시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돼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원이 정부의 방역수칙에 근거한 엄격한 조건을 내세워 집회를 허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한 절충안이다. 집회를 열겠다는 단체들도 방역수칙 준수를 주장하고 있다.
 
인천지법 행정1-2부(이종환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부천시 기독교총연합회가 장덕천 부천시장을 상대로 낸 옥회집회 금지처분 집행정지 사건에서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체온 37.4도 이하자만 손소독제 사용 후 참석, 마스크는 KF80·94만 착용, 참석자 명부 작성 및 2개월 보관, 참석자 착석 의자 2m 간격 배치와 착석 의자 변경 불가 등의 6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총연합회는 지난 21일 법원이 제시한 조건을 준수하며 무사히 집회를 마쳤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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