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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리볼빙 부추긴 카드사…어려운 서민들 두 번 울린격
상반기 리볼빙 수수료 수익 5.1% 상승…마케팅 강화하고 수수료 인상
2020-09-28 06:00:00 2020-09-28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상반기 카드사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수익과 이용잔액이 모두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카드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들이 늘자 마케팅 강화를 통해 리볼빙을 부추기고 수수료를 올린 결과다.
 
27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카드사 리볼빙 수익은 5224억원으로 전년(4970억원) 대비 5.1% 상승했다. 리볼빙 이월잔액도 6월 기준 5조5150억원으로 지난해(5조4818억원)보다 약 330억원 늘었다. 리볼빙은 카드 결제대금이나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의 최소 10%만 결제한 뒤 나머지 금액은 이월해서 수수료를 부과하는 구조로, 일시적 자금난을 겪을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7개 전업 카드사 가운데 5곳(신한·삼성·현대·우리·하나)에서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다. 가장 많이 수익이 늘어난 업체는 신한카드다. 신한카드의 상반기 리볼빙 수익은 1045억원으로 전년(901억원) 대비 16% 상승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10%대 이상 수익이 신장했다. 우리카드 리볼빙 수익은 263억원으로 집계돼 전년(229억원)보다 14.8% 올랐다. 하나카드는 지난해(338억원) 대비 13.3% 증가한 383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카드와 삼성카드는 각각 상반기 리볼빙 수익이 969억원, 846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카드는 전년(899억원) 대비 7.8% 증가했으며, 삼성카드는 0.4% 상승했다. 이밖에 KB국민카드는 리볼빙 수익이 1131억원을 기록해 업체 중 규모가 가장 컸지만 전년(1156억원)보다 2.2% 감소했다. 롯데카드는 지난해(604억원)보다 2.8% 하락한 5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카드사의 리볼빙 수익이 늘어난 배경에는 코로나 영향이 크다. 코로나 장기화로 경기 악화가 심화하면서 리볼빙 이용자와 사용 금액이 확대된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코로나로 신용이 부족해지면서 신규 고객이 늘었거나 기존 리볼빙 이용 고객이 이월약정 비율을 낮추면서 수익이 늘어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취약 계층을 겨냥해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KB국민카드는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낮춘 것과 반대로 지난달 리볼빙 수수료를 오히려 높였다. KB국민카드의 단기카드대출 리볼빙 상품의 최대 수수료는 기존 23.6%에서 23.9%로 상향 조정됐다.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인 24%와 0.1%포인트밖에 차이가 안 난다.
  
더욱이 최근 카드사들은 코로나 시국에 자금이 부족한 고객을 겨냥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달 30일까지 리볼빙을 신청한 고객에게 마이신한포인트 3000포인트를 지급한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도 같은 달 30일까지 신규 회원이 발급한 카드로 리볼빙을 신청하면 연회비를 캐시백 해준다.
 
이외에도 고객으로부터 리볼빙 동의를 받은 카드설계사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설계사가 고객으로부터 리볼빙 동의 신청을 받으면 실적으로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취약 계층의 신용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지난 5월 4대 신용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 연령대별 리볼빙 잔액을 조사한 결과, 20대 이용잔액이 3년 전에 비해 8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로 취업이 어려운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을 중심으로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취약계층의 이연된 납부대금이 일시에 부실화하면 연체율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장혜영 의원은 "리볼빙 수수료가 최대 20%를 넘어 자칫 가계 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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