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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에도 기안기금 닿을까…제주항공 지원 검토
금융패키지로 부족할 시 기안기금 투입 고려
"기안기금 문턱 낮춰달라…하반기 존폐위기"
2020-09-24 16:13:12 2020-09-24 16:13:12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기간산업안정기금 '2호'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기안기금 지원 대상을 LCC까지 확대하는 방침이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제주항공 기안기금 투입을 검토 중이다. 당국은 당초 LCC의 경우 13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패키지를 통해 지원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코로나19 발 경영난이 길어지면서 기안기금 지원 가능성도 열어두는 모양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제주항공 기안기금 투입을 검토 중이다.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자금 지원 경로가 추가된 것을 반기는 입장이지만, 아직 기안기금 신청은 하지 않은 상태다. 기금 지원을 받게 되면 뒤따르는 제약도 있는 만큼 신중한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금 지원을 받은 회사는 △최소 90% 이상의 고용 총량 6개월 유지 △배당·자사주 매입 금지 등의 조건을 지켜야 한다.
 
조건 충족 LCC 단 두 곳…"조건 완화해야"
 
현재 기안기금 지원이 가능한 LCC는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두 곳뿐이다. 기안기금을 신청하기 위해선 △근로자 수 300명 이상 △총차입금 50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올 2분기 분기 보고서 기준 제주항공과 에어부산의 리스 부채 포함 차입금 규모는 각각 6555억원·6271억원이다.
 
업계에선 기안기금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기금의 목적이 국가 기간산업을 지원하는 것인데, 가장 자금이 메마른 곳에 닿지 않는 모순이 있다"며 "신청 요건을 낮추고 모든 LCC가 적어도 필요 자금에 대한 검토라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당초 LCC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은 불가했지만 이번 기회에 물꼬를 튼 만큼 항공산업에 지원이 더 집중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정부도 항공산업 불황을 의식하고 조처에 나섰다. 정부는 앞서 8월까지였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기한을 60일 연장하고 항공사들의 공항시설사용료, 상업시설 임대료 감면 조치를 연장했다.
 
커지는 폐업 우려…'영끌' 유상증자로 버티는 LCC
 
업계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는 분위기다. 올 2월부터 운항률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대비 10%도 안 되는 만큼 자금 상황이 한계에 도달해서다. 
 
특히 정부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신규 LCC는 폐업 우려가 현실화 하고 있다.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지난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 면허를 받았지만 운항증명(AOC) 발급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취항 준비를 마치고 각종 인건비와 주기료 등은 나가고 있지만 영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플라이강원은 취항한 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최근 몇몇 기업으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LCC는 급한 대로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나섰는데, 그 규모가 자금난의 정도를 말해준다. LCC 업계 1~3위인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이 올 하반기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현금은 총 3320억원이다. 이는 항공업 최호황기로 꼽히는 2018년 기준 LCC 6개사의 1년치 영업이익(2350억원)보다도 큰 액수다. 
 
성수기 전무한 3분기 실적 전망 '처참'
 
증권업계가 내다보는 LCC 3분기 실적 전망은 처참하다. 업계는 △제주항공(-723억원) △진에어(-498억원) △티웨이항공(-479억원) 모두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정이 더 안 좋은 비상장 LCC들도 적자 규모가 유지되거나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항공업 특성상 성수기로 분류되는 3분기에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LCC들은 남은 하반기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성수기·비수기를 나누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유일하게 남은 '추석 특수' 마저 정부가 지역 간 이동을 지양할 것을 권장하면서 무산될 전망이다.
 
한편 LCC들은 낮은 탑승률에도 불구하고 신규 노선 취항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익은 고사하고 고정비라도 벌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진에어는 이달 △김포~울산 △울산~제주 △김포~여수 등 국내 노선을 신설하고 제주~시안 노선도 주 2회로 증편했다. 제주항공은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에, 에어서울은 청주~제주 노선에 최근 신규 취항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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