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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금오도 살인 사건', 살인 아닌 치사"(종합)
"살인 인정할 직접적 증거 없어…보험금 높인 것도 살인 증거로 단정 못해"
2020-09-24 15:43:40 2020-09-24 15:47:05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거액의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아내가 탄 차를 바다로 추락시켜 사망케 한 혐의로 기소된 일명 '금오도 살인 사건' 피의자가 살인 혐의에서 최종적으로 벗어났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 대한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치사(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3조 1항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해 형법 268조(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명 '금오도 보험금 살인사건' 범인 박모씨에 대해 대법원이 24일 살인이 아닌 치사죄를 인정해 금고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여수해양경찰서가 2019년 3월6일 여수시 금오도 내 모 선착장에서 추락한 A씨 승용차를 인양하고 있다. 사진/여수해양경찰서(뉴시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2개월 여 전에 피고인의 권유로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함으로써 피해자 사망 시에 지급될 보험금이 피해자가 종전 가입한 보험금 3억7000만원 내지 3억7500만원 대비 대폭 늘어난 합계 11억 5000만~12억5000만 원에 이르는 점, 또 사건 10여 일 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권유로 가입한 보험계약의 수익자가 모두 피고인으로 변경된 점, 사건 당시 승용차의 변속기가 중립 상태에 있었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은 상태였던 점 등을 종합해볼 때 피고인의 살인행위가 의심되기는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만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를 뒤에서 밀어 바다로 추락시켰음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직접적 증거가 없고 이른바 '임계지점'의 존재가 확인돼 변속기나 사이드 브레이크의 상태로부터 살인의 고의를 추단할 수도 없는 점, 위와 같은 임계지점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현장 사정 상 그 정확한 위치에 정확한 방향으로 승용차를 정차하기 어려워 임계지점에 정차하는 방법으로 범행 여건을 인위적·의도적으로 조성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의 신체 유류물과 방파제 추락방지용 난간에서 발견된 충격흔이 피고인의 변명에 부합하는 사정 등을 보면 피고인이 당황해 변속기 조작 실수를 저질렀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험금과 관련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피고인의 평소 보험 가입 행태에 비춰 사망 시에 지급되는 보험금 금액을 높인 것이 반드시 살인의 고의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여기에 보험수익자 재변경 경위 및 동영상과 문자메시지 등으로 확인되는 피해자의 피고인에 대한 태도 등을 보면 피해자가 보험수익자 변경을 요구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의 사정까지 더해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박씨는 2018년 3월 아내 A씨와 해돋이를 보러 여수시 남면 금오도로 들어갔다가 당일 밤 10시쯤 직포선착장 방파제 끝부분 경사로 시작 부분에 승용차를 주차하고 자신만 차에서 내린 뒤 승용차를 밀어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박씨는 승용차에서 내리기 전 민박집으로 돌아가자며 후진하다가 추락방지용 난간을 충격하고, 변속기를 중립상태에 두고 사이드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전, 전처와 이혼한 박씨는 양육비 등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았으나 단골식당 종업원이자 유부녀인 A씨에게 원룸 보증금을 주는 등 환심을 사 2018년 9월 교제를 시작했다. 이후 박씨는 총 수령액이 11억5000만원에서 12억5000만원에 달하는 보험상품을 A씨 명의로 가입시키고, A씨가 남편과 이혼하자 혼인신고를 마치고 최대 5억원까지 지급하는 자동차보험을 추가로 가입시켰다. 보험금 수령자는 자신과 자신의 동생으로 설정했다.   
 
계획적 살인이라고 판단한 검찰은 박씨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1심은 "박씨가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던 승용차를 밀지 않고서는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한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2심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2심은 살인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치사혐의를 유죄로 인정,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 '변속기 중립-사이드 브레이크 미인가' 상태로 정차할 경우 상당시간 동종 승용차가 정차하지만 그 상태에서 조수석 탑승자가 상체를 움직이자 승용차가 앞으로 굴러가는 지점(이른바 '임계지점')이 발견되는 등 피고인이 밀지 않고서는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할리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이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운 처지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이로 인해 피해자를 살인할 동기가 형성됐으리라는 점을 수긍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이에 박씨와 검찰이 모두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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