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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 0명' 정부 뒷짐에 국책은행 인사적체
유명무실한 제도탓에 임피만 누적…매년 2천명 명퇴 시중은행과 대비…기재부는 제도개선 요구에 난색
2020-09-23 06:00:00 2020-09-23 06: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국책은행의 인사적체가 심각하다. 명예퇴직 제도 미비로 명퇴자가 0명을 기록하면서 임금피크제에 돌입한 인사만 늘어 신규 직원 채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제도를 개선하는 데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기재부도 국책은행 명퇴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공공기관이 억대 퇴직금을 받는 것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다고 판단해 (명퇴제도 개선을) 반대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임금피크제(4년)에 들어간 국책은행 직원은 정년까지 남아 있으면 기존 연봉의 280~290%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임금피크제 급여의 45% 정도만 퇴직금으로 받는다. 시중은행이 보통 명예퇴직자에게 퇴사 직전 월급의 36개월치를 주는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국책은행 직원들은 명예퇴직을 신청하기보다 임금피크제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산업은행의 임금피크 직원 수는 전체 직원 3175명 중 8.6%(274명)에 달했다. 수출입은행 임크피크 직원은 전체 직원 1131명 중 3.3%(38명)였고, 기업은행은 전체 직원 1만3226명 중 3.7%(51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는 임금피크 직원 수가 두배로 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국책은행 명예퇴직자는 최근 5년간 0명이다. 시중은행에서 매년 1700~2000명이 명예퇴직 하는 것을 고려하면 국책은행 명예퇴직 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셈이다. 임금피크제 중인 국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등으로 경기가 점차 안좋아지는 상황이라 임금피크제를 신청했다"며 "지금 회사를 퇴직하면 수중의 돈도 줄어들 뿐더러 마땅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임금피크제 직원이 는다는 것은 그만큼 조직 업무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걸 의미한다.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일반 업무에서 제외되고 후방 지원 업무로 전환된다. 코로나 금융지원 관련해 국책은행 역할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하루빨리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국책은행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업무가 늘고 있다. 코로나 관련 대출·보증을 진행 중이고 만기연장도 검토 중이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형 뉴딜펀드와 뉴딜기업 대출을 실행해야 한다. 건전성은 악화 중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총자본비율은 각 12.85%, 13.45%로 시중은행 총자본비율 14~15%에 비해 낮은 수치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금융지원은 산은·수은·기은·신용보증기금이 대부분 맡고 있는데 가용 인력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며 "야근을 해도 시간외 수당이 없어 휴가로 보상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일이 많아 휴가도 제대로 못가는 경우가 많다"며 "기재부에서 크게 증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 이동걸 산은 회장, 윤종원 기은 행장, 방문규 수은 행장, 각 은행 노조위원장, 기획재정부·금융위원 등 관련 부처 관계자가 서울 광화문 모처에 모여 명예퇴직 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성과없이 종료됐다. 국책은행들은 임금피크제 적용 1년 후 퇴직하고 나머지 3년간의 임금피크제 급여를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정책금융기관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사진/ 금융위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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