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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김홍걸 이상직 조수진 박덕흠, 그리고 윤석열
2020-09-22 06:00:00 2020-09-22 06:00:00
이강윤 언론인
"21대 국회를 향한 민심은 어느 당이 먼저 조수진 또는 김홍걸을 출당시키는지에 따라 결정될 듯. 민주당은 한 명 더. 이상직." KBS <최경영의 경제쇼> 진행자인 최 기자의 9월9일자 페이스북 글이다. 필자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을 추가한다. 최 기자의 글을 들머리에 인용한 것은, 50자도 채 안되는 짧은 글에 여의도를 바라보는 상식적-합리적 민심이 집약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8일 김홍걸 의원을 제명했다. 당 윤리감찰단 조사대상 1호로 김홍걸, 이상직 의원이 지목된 지 50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나온 조치다. 이낙연 대표의 전광석화격 조치는, 김대중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기 위해서라도 불의에는 엄정히 대처한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 해석된다. 물론, 김 의원에 대한 여론이 심각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고.
 
민심은 같은 감찰1호인 이상직 의원을 향하고 있다. 정리해고와 임금체불로 10개월 째 내홍 상태인 이스타항공 건을 놓고 이 의원이 "주식헌납을 밝혔으니 나로서는 더 이상 할 게 없다. 경영진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하자, 민주당 최인호 대변인은 "이낙연 대표께서 정리해고가 발생한 이스타 노동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 의원이 감찰 1호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동근 의원은 "김홍걸 의원 보다 더 심각"이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강경하다. 심상정 대표는 이 의원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현직 동료의원을 국감증인으로 신청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 의원의 뒤를 이어 2012년 이스타항공회장직을 물려받은 이 의원의 친형 이경일씨는 회삿돈 빼돌린 혐의로 2015년에 징역3년형에 처해졌다. 이경일씨는 이상직의원의 전 배우자를 이스타그룹 계열사 임원으로 등재해 4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했다. 법원은 '가짜 채용'으로 보고, "대부분의 이익은 피고인의 동생인 이상직이 취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 의원은 국민과 소속 당, 그리고 공정-정의를 국정목표로 공약한 현 정부에 더 이상은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 거대한 둑의 붕괴가 작은 구멍에서 시작됐다는, 국어 교과서에 실렸던 얘기를 기억하리라 믿는다.
 
그럼, 민주당만 이러한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예금 6억2124만2000원과, 빌려준 돈 5억원(부부 각 2억5000만원) 등 11억이 넘는 돈을 누락해 고발됐다. "급히 하다 그리 됐다"고 해명했지만 상식적으로 어불성설이다. 필자도 공직자재산등록을 4년 간 해봤는데, 예금누락은 납득불가. 통장 잔고만 확인하면 되는 초간단 사항이니까. 어디 먼 시골에 오래 전 상속받은 부동산의 지번을 찾아 과표를 조회하는 등 복잡한 단계를 거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급해서…"라는 말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구차한 핑계다.
 
조 의원은 같은 당 박덕흠 의원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 정도다. 박 의원 일가가 경영하는 건설회사가, 박 의원의 국회 국토교통위 간사 재임 중 국토부와 산하기관 등에서 2000억대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의원이 아니라 가족 건설사의 '영업 맨' 노릇을 한 것 아닌가. 박 의원 역시 배임혐의로 고발됐다. 고발인들은 "2017년에 이미 고발했지만 검찰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국민 모두가 잠재적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위임받은 법 집행권한을 엄정히 행사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늘상 하는 말이다. 총장에게 질문한다. 조국 사건이나 김태우씨 폭로 건에는 그렇게 열 일 하면서, 장모와 배우자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혹사건 경찰보고서>에 등장하고, 장모가 "도이치모터스는 내가 했다"고 시인한 녹취록이 공개됐음에도, 일언반구 입장표명도 없이 도대체 수사를 하고나 있는지 조차 모르겠을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5개월이 지나도록 왜 수사개시 첫 조치인 고발인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가. 윤 총장의 부정부패 척결은 '검찰 온존'에 방해가 될 사안만 골라서 수사하는 '선택적 정의' 아닌가.
 
항간에 '검찰 식구감싸기'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한다. 대신 '총장님 식구감싸기'라는 말이 횡행한지 오래다. 통칭 '조국 사건' 1심 재판에서 공소사실 중 주요사항이 연달아 기각되고 있다. 윤 총장의 트레이드 마크라는 '강직한 육성'으로 직접 듣고 싶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에 가서 무릎꿇고 한 사과나, 국민기본소득을 정책1호로 내건 것에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조-박 두 의원을 일단 자체 징계하는 게 당연지사다. 거론한 4인의 공통분모는 정직하지 못하다는 점. 부정직은, 특히 권한을 가진 이의 부정직은 국민권익 침해로 직결된다. 이런 것 잡아내 바로잡으라고 국회가 있고, 검찰 경찰 국민권익위원회가 있다.
 
권위의식은 타파 대상이지만, 권위는 어느 시기, 어느 사회에나 꼭 필요하다. 권위는 정권이건, 국사 담임 공인이건 간에 공정과 정직이라는 시대정신에 충실할 때 비로소 얻어진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거듭 강조하는 이 민망함이라니….
 
이강윤 언론인(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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