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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글로벌 수소차 시장 주도권 잡았다
유럽 첫 수출 이어 미국·중국 등 진출 박차…"경쟁서 유리한 고지"
2020-09-22 05:31:00 2020-09-22 05:31: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미국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수소 트럭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양산한 대형 수소 트럭을 스위스에 수출한 데 이어 북미와 중국 등으로의 시장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상용 수소차 미래기술 설명회를 열고 미국과 중국 사업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대형 법인 고객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미국 고객사들은 운용 대수가 3000~5000대로 규모가 큰 편이라 계약이 이뤄진다면 대규모 수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트럭 운용업체는 자체적인 서비스망을 갖췄고 주행 경로도 정해져 있어 충전 인프라 설치란 과제를 해결하기도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남 광양시 광양항에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첫 수출과 세계 최초 양산을 축하하기 위해 선적하기 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으로 최초를 의미하는 숫자 ‘1’을 표현한 모습.사진/현대차
 
현대차는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6x2 수소 트랙터를 출시할 예정이고 6x4 트랙터도 개발 중이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2022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인데 현재 잠재고객들과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은 친환경 상용차 의무판매 제도가 도입되면서 수소차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주는 2045년까지 모든 트럭을 배출하지 않는 차량(ZEV)으로 대체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정책은 2024년부터 시작되는 데 캘리포니아주는 가능하면 2035년까지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미국 15개 주는 2050년까지 디젤 중·대형 트럭을 퇴출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수소차는 전기차보다 충전 시간이 짧고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길다는 장점이 있어 내연기관 상용차는 수소 트럭이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운행 거리 100km 이상부터 수소 트럭의 비용 효율성이 전기 트럭보다 높아진다고 분석하면서 2030년까지 전 세계에 300만~400만대의 수소 트럭이 보급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세계 최초의 양산 수소 트럭인 엑시언트는 수소탱크의 외기 온도에 따라 약 8~20분이면 충전을 마치고 한 번에 400km 정도를 운행이 가능하다. 현대차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1000km 이상인 수요전용 대형 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Neptune)'에 기반한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22년부터 사천 공장에서의 현지 생산을 통해 시장 확대에 나선다. 중국 정부가 차량 구매 보조금보다 수소차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는 업체를 지원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현대차의 주요 공략 대상은 베이징과 상해 등 대도시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엑시언트가 중국 수소에너지 박람회에서 기술혁신상을 수상하는 등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시장 진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모습이다. 엑시언트는 지난 15일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제5회 국제수소연료전지차 포럼'에서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 기술혁신상 2등으로 뽑혔다. 현대차를 제외하면 중국 업체와 기관이 모든 상을 받았다. 완성차 모델이 수상한 것도 현대차가 유일하다.
 
유럽에서는 스위스를 넘어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은 2025년 이후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주요국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어서 수소차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엑시언트를 스위스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2025년까지 1600대를 공급한다. 엑시언트는 현대차와 스위스 수소 기업 H2 에너지의 합작법인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로 인도된 후 슈퍼마켓과 주유소가 결합된 복합 유통 체인과 식료품 유통업체 등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엑시언트의 스위스 공급은 전통적인 차량 판매방식이 아니라 운행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Pay-Per-Use)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형태로 이뤄진다. 사용료에 충전 비용과 수리비, 보험료, 정기 정비료 등 차량 운행 관련 모든 비용이 포함돼 고객사는 트럭 운전기사만 고용하면 되는 방식이다. 수소 전기 트럭을 이용하는 고객의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추고 그만큼 보급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니콜라는 최근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지만 현대차는 제품 신뢰도가 매우 높고 즉각적인 공급이 가능해 미국 시장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며 "미국과 상용차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할 중국에서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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