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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소공연, 초심으로 돌아가야
2020-09-17 06:00:00 2020-09-17 06:00:00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5일 임시총회를 열고 배동욱 회장 해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취임 후 걸그룹 초청 워크숍을 열어 논란을 일으키는가 하면 가족에게 일감 몰아주기를 한 의혹을 받기도 한 배 회장을 결국 끌어내린 것이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중에 소공연이 지금이라도 정상화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은 불행 중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우선 갈라질 대로 갈라진 소공연을 다시 통합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회원단체들 간 끊임 없이 대립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소공연이 경제단체로서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소공연의 어수선한 상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배 회장의 해임안이 상정된 임시총회날 소공연 측은 정관에 의거해 회원 중 의결권이 있는 단체는 49개 단체이며, 이 단체의 대표자 중 24명이 해임에 찬성해 해임안이 통과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배 회장 측에서는 소공연에는 업종별 56개 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데 7개 단체를 임의로 배제했다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회원의 의결권 유무와 관련한 논란은 지난 2018년 3월에도 한차례 불거진 바 있다. 지금은 정계로 몸을 옮긴 최승재 전 소공연 회장 시절 최 전 회장의 연임을 결정할 선거를 앞두고 당시 소공연 회원인 3개단체가 미납회비 문제로 선거권을 박탈당하자 문제를 제기, 갈등을 빚은 것이다. 물론 이번 배 회장의 해임은 배 회장 스스로가 자초한 면이 크긴 하지만, 이를 계기로 소공연 내 해묵은 정파 싸움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회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김임용 수석부회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소공연을 바로잡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조직을 추스리는 데 주어진 시간도 그리 길지 않다. 소공연은 내년 2월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지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과거 선거 때 일었던 잡음이 또 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머지 않은 미래에 또 한차례 큰 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우선 안살림부터 단단히 챙겨놓아야 한다. 소공연이 배 회장의 해임 직후 그동안 배 회장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소공연 사무국 조직개편을 다시 바로 잡는 데 착수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길 바란다. 앞으로 누가 회장이 되든지 간에 흔들리지 않는 조직, 누구 편에 서느냐가 중요한 조직이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바탕 삼아 민주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경제6단체로서의 위신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소상공인 수는 7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만큼 아무래도 다양한 주장과 이해관계 속에서 옥신각신하기 쉽다. 하지만 바로 이 흩어진 목소리를 모으고자 탄생한 것이 소공연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움츠러든 오프라인 소비로 인해 소상공인 업계에 그 어느 때보다 짙은 구름이 드리운 때다. 더 늦기 전에 초심으로 돌아가자. 폐업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을 한 명이라도 더 보듬기 위해 부디 안에서부터 연대정신을 발휘하길 바란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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