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들, 진실 발견 목적하에 아직도 강압수사 정당화"
'공익제보 기소 위기' 최정규 변호사 "경찰, 영상 넘기라며 압수수색 언급"
"변호사도 보복 당하는데, 일반인들 어떻겠나…모든 힘 다해 불기소 받을 것"
입력 : 2020-09-14 06:00:00 수정 : 2020-09-14 13:19:47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18년 변호사 생활 대부분을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해 온 인권변호사가 기소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그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다.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사진) 변호사 이야기다. 경찰의 강압적인 신문조사 정황이 담긴 영상을 그대로 언론에 제보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변호사계는 물론 여론도 경찰의 행태를 비판하며 그의 편에 섰다. <뉴스토마토>가 지난 11일 최 변호사를 만났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전화통화로 진행됐다(편집자 주).
 
"아직도 수사관들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겠다는 목적 하에 강압적인 수단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이렇게 지적했다. 법조계는 물론, 사회 여론이 주목하는 사건의 본질에 대한 평가로 들렸다. 그는 현재 심경을 묻는 질문에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분들이 격려와 위로를 전해주신 덕분에 하던 일에 잘 집중하고 있다. 다만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 같아 죄송하다"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어 "이번 일은 제 싸움이 아니라 모든 공익신고자, 공익제보자의 싸움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힘을 다해 불기소 처분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은 2019년 5월17일 최 변호사가 제공한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피의자인 디무두 누완(스리랑카 국적)씨 신문 영상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영상을 보면 조사관은 피의자에게 윽박지르거나 비속어를 섞어 추궁하고 유도신문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같은 해 5월20일 당시 관할청인 고양경찰서와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해당 경찰관에 대한 주의 조치를 권고했다. 최 변호사는 "인권위의 권고는 추측과 생각만으로 피의자를 압박하면 안 된다는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강압수사 논란을 빚은 경찰관은 되레 최 변호사와 해당 보도를 한 기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영등포경찰서에 고소했다. 사건을 맡은 영등포경찰서는 기자는 '불기소', 최 변호사는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넘겼다.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혐의 자체부터 논란이 됐다. 경찰은 '영상을 목적 외로, 수사관의 동의 없이, 모자이크 처리 없이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최 변호사는 "이미 인권위가 강압수사 문제를 인정한, 정보공개청구로 얻은 자료이기 때문에 변론에 사용할 수 있다"면서 "피의자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영상인데 수사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고위 공무원이 욕설을 한 것을 제보한다고 가정했을 때 음성변조를 하면 신뢰를 얻기 힘들지 않겠나"라면서 "제보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최정규 변호사(오른쪽)는 지난 1월 광주변지방변호사회로부터 '제1회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을 받았다. 사진/경기중앙변회
 
경찰은 최 변호사에세 제보물인 원본 영상 CD 9장을 제출하라며 압수수색까지 언급했다. 최 변호사는 "(경찰로부터)CD를 임의제출하라는 연락을 세 번 정도 받았다"면서 "집에 보관하고 있느냐,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느냐고도 물었고 변호인이 '압수수색이라도 하겠다는 거냐'고 하니 '검토해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 측은 디무두씨 변론이 진행 중이어서 지참할 필요성이 있고, 이미 언론사 측에서 영상 사본을 모두 제출했다는 점을 들어 요청을 거절했다. 결국 경찰은 압수수색을 포기했다.
 
경찰은 사건처리 통지 방식도 일방적이었다. 최 변호사는 "어느 날 영등포경찰서장 명의로 된 '기소의견 송치' 사건처리 결과 통지서가 자택 일반우편물함에 꽂혀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나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통지 시점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등기로 송달을 보낸다"면서 "경찰은 법적 근거도 없는데 알려주지도 않은 주민등록상의 주소로, 그것도 일반우편물로 보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기소의견 송치 여부를)아는지 여부를 떠나 당사자가 먼저 확인해야 하는 개인정보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최 변호사는 공익제보자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다른 사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 공익제보 사건에서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람이 자신을 찾아온 사례를 소개했다. '참고인 조사만 받았는데 회사에서 공익제보자로 찍혀 해고당할 처지에 처했다'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이 일을 공익신고자보호 제도를 주관하고 있는 국가권익위원회에 문의하자 절차에 두 달 소요된다고 해서 다시 인권위에 전화를 했지만 인권위는 이를 권익위 소관이라고 했다"면서 "결국 인권위가 이 사례에 대해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제도가 있어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변호사는 "일반 시민들은 인생을 걸고 공익제보를 하는데 이번 사건을 보고 '변호사도 보복 당하는데 일반 사람들은 어떻겠나' 하면서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을 끝까지 잘 끌고 나가서 반드시 무죄 입증을 받겠다"면서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고 용기있게 제보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공익신고뿐만 아니라 언론사 공익제보 또한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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