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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화물'로 내몰리는 항공사들
대한항공, 여객기 개조해 화물 비중 늘려
LCC들도 운영 검토하지만…"소형 기재 한계"
2020-09-03 05:31:00 2020-09-03 05:31: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여객 회복이 까마득해진 항공사들이 화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상반기 화물 비중을 더 늘려 이미 성과를 본 가운데 화물전용기가 없는 저비용항공사(LCC)들까지 뛰어든다는 방침이다.
 
2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올 1~8월 국적사들이 화물기로 수송한 화물량은 91만9247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74만7359톤)보다 23% 늘었다.
 
이 기간 국내 9개 항공사 중 화물기를 띄운 곳은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020560), 진에어(272450) 3곳뿐이다. 제주항공(089590)도 화물기 운항 실적이 있지만 1톤에 불과했다. 대한항공이 59만7893톤을 나르며 가장 많은 양을 소화했고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31만4282톤을 수송했다. LCC 중 유일하게 화물 영업을 한 진에어는 329톤을 날랐다.
 
이처럼 코로나19에도 국적사들의 화물 실적은 때아닌 호황이었지만 LCC들의 수익 창구였던 여객 실적은 처참하다. 이 기간 국적사들의 합산 여객 수는 2210만4993명으로 작년보다 34.5% 줄었다.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 승객이 대부분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적자를 약간 줄이는 수준이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화물기 운영이 여러모로 적합하지 않은 LCC들도 이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카고 시트백'을 통해 여객기 좌석에 화물을 실은 모습. 사진/대한항공
 
좌석엔 사람 대신 짐
 
여객 정상화가 올해 내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항공업계에는 화물 비중을 늘리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국토부도 항공사들의 화물 수송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분기 화물로 흑자를 본 대한항공은 여객기였던 B777-300ER 좌석을 떼어내고 화물기로 전환한다. 여객기 좌석을 뜯어내기 위해선 기내 전기배선 등을 제거해야 해 항공기 제작사의 기술 검토와 국토부 승인이 필요한데 전날 국토부는 이 건을 승인했다. 이번에 개조한 여객기에는 10톤가량을 추가로 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LCC 중 유일하게 중·대형기를 보유한 진에어는 코로나19 이후 이미 화물 영업을 하고 있다. 보유한 기재는 B777-200ER 4대로 이를 이용해 원단, 의류, 전자부품 등을 수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기나 중·대형기가 없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또한 화물 수송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대한항공처럼 좌석을 뜯어 항공기를 개조하는 것까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조한 기재를 다시 여객기로 전환하는 데 비용이 상당히 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조보다는 여객기 좌석에 '카고 시트백(Cargo Seat Bag)'을 씌워 화물을 싣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LCC들은 화물에 큰 수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 LCC 관계자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창구가 없어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취지"라며 "소형기에 실을 수 있는 화물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수요가 그만큼 따라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화물기의 앞 부분이 열린 모습. 화물기의 경우 이 곳을 통해 컨테이너를 통째로 싣는다. 사진/뉴시스
 
소형기 한계에…"화물기 띄워도 문제"
 
이처럼 LCC들이 수익 창출을 위해 화물 비중을 늘리려고 시도하고는 있지만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일단 보유한 기종이 화물 운반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보잉의 B737-800,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에어버스의 A320, A321 기종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모두 200석 안팎의 소형기로 화물칸에 실을 수 있는 물량은 5톤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반면 경쟁사들이 보유한 중·대형 여객기에는 15톤가량을 실을 수 있고 화물기의 경우 100톤 이상도 적재할 수 있다.
 
화물을 여객 좌석까지 채우면 이보다 실을 수 있는 물량은 늘어난다. 하지만 그러려면 화물에 카고 시트백을 씌워야 한다. 카고 시트백은 기내 좌석에 화물을 적재할 수 있도록 특별 포장된 가방으로 1개당 22kg가량의 화물을 담을 수 있다.
 
다만 이 방식은 비용이 들뿐 아니라 사람이 화물을 일일이 옮겨야 해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화물 전용기의 경우 항공기 앞부분을 열어 기계를 이용해 컨테이너째 짐을 실을 수 있지만 여객기는 이런 방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FSC가 구축한 화물 노선과 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따라잡기도 쉽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가운데 영국항공, 에미레이트항공 등 외항사들도 화물 비중을 늘리고 있어 화물 부문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분기 실적을 이끌었던 항공화물료 급등세 또한 다시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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