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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실업대란)①"코로나가 밉다"…상반기 1000명 짐 쌌다
정부 지원금으로 버텼지만…"하반기 본격 인력 감축 예상"
2020-09-01 06:02:00 2020-09-01 06:02: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사들이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실업 대란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국내 항공사들의 경우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올 상반기를 어렵게 버텼지만 지원을 받지 못한 항공사나 협력업체 직원들은 이미 거리로 내몰렸다. 해외 항공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 대형항공사들은 물론 유럽, 중동항공사들은 구조조정을 했거나 앞으로 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울며 겨자 먹기로 인력 감축에 나서야 하는 국내 항공업계 현황을 짚어보고 세계적인 해고 대란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코로나19로 항공사 직원들이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미 인원의 절반가량을 줄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했으며 다른 항공사들도 정부의 인건비 지원이 끊기면 직원들을 해고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업계와 시장에서는 정부의 지원금이 중단되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해고 대란이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진다.
 
31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과 상장 4사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6개사의 상반기 직원 수는 3만6566명으로 지난해 말보다 664명(1.8%)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의 퇴사자가 460여명에 달했던 것을 더하면 상반기 전체 항공업계 퇴사자 수는 1000명 이상으로 예상된다.
 
특히 비정규직의 수가 크게 줄었는데, 이는 비정규직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상장 6개사의 비정규직 직원 수는 2818명으로 지난해보다 24.1% 감소했다. 항공사들은 승무원과 지상직 직원들을 채용한 뒤 2년여간 인턴으로 근무하게 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평소라면 정규직으로 전환한 수만큼 인턴 직원을 새로 뽑지만 올해는 신규 채용을 전면 중단하면서 결과적으로 비정규직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LCC의 경우 이 때문에 정규직은 오히려 늘고 비정규직은 크게 줄었지만 대형항공사(FSC)들은 정규직도 소폭 줄었다. 이는 지난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희망퇴직을 시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래픽/최원식 디자이너
 
이처럼 국내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와중에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큰 규모의 해고에 나서지 않은 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때문이다. 지원금을 받는 동안은 직원을 해고할 수 없어서다. 항공사들은 올해 8~10월에 지원금이 끊길 예정이었는데 최근 정부가 이를 연장한다고 밝히며 두 달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연장 기한이 끝난 이후다. 현재 대한항공이 지원금을 가장 늦게 신청해 12월까지 받을 수 있고 아시아나항공은 11월까지다. LCC들은 대부분 10월에 지원금이 끊긴다. 현재 항공사들은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국제선이 끊기면서 승무원과 조종사, 관련 사무직 직원 인력이 넘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와중에 지원금마저 끊기면 직원 해고 외엔 별다른 타개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설사가상으로 국제선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한국 출발 승객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하는 국가가 오히려 늘고 있어 어두운 전망만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도 강화하면서 제주와 부산 등을 중심으로 활발했던 국내선 승객도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에서도 아직 본격적인 해고 대란은 없었지만 이는 '폭풍전야'라고 말한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지원금이 끊긴다면 10월 이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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