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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쌍둥이' 1심 집행유예…"업무방해 인정"
법원 "공정기회 박탈, 공교육 신뢰 저하…초범이고 소년인 점 감안"
2020-08-12 11:34:45 2020-08-12 16:43:18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쌍둥이 자매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버지 현모씨와 공모해 숙명여고의 업무방해를 인정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송승훈 부장판사는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자매에 대해 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24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들은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8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총 5차례 교내 정기고사에서 아버지로부터 정답을 받아 시험에 응시, 학교 업무를 방해한 혐의한 혐의를 받았다.
 
숙명여고 문제유출 사건 수사결과 발표된 2018년 11월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들이 숙명여고 교장, 교사의 성적조작 죄를 인정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여러 가지 간접사실로 판단했을 때 현씨 자매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정답을 외워 시험에 응시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중하위권에서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중상위권에서 최상위권으로 올라가는 점이 더 어렵다는 점을 보면 자매가 2017년 59등, 121등이었다가 2018년 각 계열에서 1등을 차지한 점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현씨 자매가 내신에서는 1등이지만 모의고사에서는 450등, 120등을 한 점을 미뤄보아  "전국 모의고사는 정기고사와 출제 유형이 다르고 점수가 대학 입시에 반영 안 돼 학생들이 소홀히 하지만 최상위 학생이면 어느 정도 내신에 비례하는 모의고사 성적을 얻는다"면서 "전국 모의고사와 학원 레벨 테스트 결과를 보면 1등 실력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기고사 정답유출로 보이는 다수의 행동을 한 점도 유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현씨 자매가 △시험지 곳곳에 작은 글씨로 선택형 시험문제 정답을 적어둔 점 △시험 일자 이전에 휴대폰 메모장에 정답부분을 저장해둔 점 △시험지 첫 페이지에 뒤쪽 서술형 답안을 적어둔 점 △풀이과정이 없거나 풀이과정이 틀린 상태에서 정답을 맞춘 점 △정기고사에서 답안이나 문제가 정정된 경우 정정 전 답을 적은 경우가 많다는 점 등이 이미 답을 외운 채 시험에 응했다는 간접 증거라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부친과 공모해 위계로 숙명여고 교장의 학업성적관리를 방해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어 "피고인들의 범행은 대학입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험으로 사회적으로 관심이 높고 투명·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성적처리를 일련 기간에 5회 걸쳐 숙명여고 업무를 방해했고 학생들의 공정경쟁 기회를 박탈했으며 공교육에 대한 국민 신뢰 무너뜨려 죄질과 범죄 정황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각 범행 당시 만 15세 내지 16세 미성년자였고 선고일 현재도 소년으로 인격이 형성되는 과정"이라면서 "피고인들이 모두 아무 범죄전력 없는 초범이고 아버지는 3년형으로 복역 중이며 피고인들은 퇴학당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쌍둥이 자매에게 시험 정답을 유출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씨는 징역 3년의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돼 복역 중이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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