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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반도’의 특급 비밀
제목부터 제작단계 특수 촬영 그리고 몰라도 될 ‘그것’까지
2020-07-22 00:00:00 2020-07-22 08:55:3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부산행이후 4년 뒤의 상황을 그린 영화 반도가 개봉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극장가에서 관객이 사라진 상황 속에 올린 기록적인 흥행 성적표다. ‘반도 1000만 흥행작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한단 국내 상업 영화에선 보기 드문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국내 상업 영화에선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를 끌어 들였다. 모든 요소와 모든 비주얼이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끌만하다. 이 영화에 대해 알고 보면 더 흥미롭고, 모르고 봐도 문제될 것 없는 몇 가지를 공개한다.
 
 
제목 반도의 의미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지만, ‘반도는 한반도를 뜻한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동아시아 국가 전체 가운데 유일하게 대한민국에서만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영화에선 한반도의 붕괴 현상을 언급하는 미국의 한 시사 프로그램 방송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대한민국에서만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유가 간단하게 언급된다.
 
그럼 제목이 반도인 이유는 무엇일까.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여러 버전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이 가운데 제작사 대표와 의견을 종합해 가장 적합한 스토리를 선택한 게 반도의 버전이다. 무너진 국가, 붕괴한 시스템, 탈출한 사람과 탈출하지 못한 채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 순응해 살아가는 사람들. 철저하게 고립된 상황.
 
연 감독이 떠올린 이미지다. 대한민국은 휴전선 이남에 존재한다. 실질적으론 완벽하게 고립된 형태의 지형이다. 들어갈 수도 없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 그게 반도의 핵심이다. 제목의 반도는 이 영화의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장 함축적인 단어다.
 
 
반도의 시작은 어린 소녀?
 
연상호 감독은 반도의 첫 구상으로 덤프 트럭을 운전하는 어린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영화 속 이레가 연기한 준이가 바로 그 이미지의 소녀다. 설정상 정확한 나이를 알 수는 없지만 대략 15세 전후의 소녀다.
 
반도에서 준이는 종말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과 방법을 온전히 터득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특히 그의 전매특허인 운전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전 세계 상업 영화 속 캐릭터 가운데 운전 실력으로만 꼽자면 몇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운전 실력을 뽐낸다.
 
참고로 영화 속에서 준이가 운전하는 SUV승용차는 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브랜드다. 장갑차 느낌의 무지막지한 액션을 소화하고 크기도 적당히 크고 무엇보다 강인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던 연 감독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는 SUV자동차다. 물론 이 자동차 회사가 반도에 협찬을 했다. ‘반도의 글로벌 흥행과 함께 이 회사의 브랜드 홍보도 덩달아 급상승 예정이다.
 
 
총기 액션
 
국내 영화에서 총기 액션은 양날의 검이다. 국내에선 총기 소지 자체가 불법이다. 때문에 총기가 등장하면 관객들로선 가짜란 인식을 무의식적으로 발동시킨다. 결과적으로 총기 액션이 등장한 영화 가운데 큰 흥행을 거둔 영화도 적지만, 반대로 실패한 영화가 많은 것도 그 이유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에선 초반과 중반 그리고 후반에 걸쳐서 적절한 분량의 총기 액션이 등장한다. 총기 사운드 디자인도 공을 들인 느낌이 강하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총기 사운드가 너무 유려하다. 혹시 영화 촬영에만 사용되는 특수 제작된 모형총일까.
 
반도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총은 실제 총이다. 실탄을 넣고 사격을 하면 살상이 가능한 실제 총이다. 촬영에선 원거리는 공포탄, 근거리 사격 장면에선 특수 제작된 모형 총을 사용했다.
 
배우 강동원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영화에서 실제 총을 쓴다면서 총구에서 터지는 불꽃 때문이다. CG로도 총구 불꽃은 실감나게 만들기 어렵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물론 현장에선 총기만 담당하는 디렉터가 상주해 안전에 유의했다고.
 
 
혹시 번호에 얽힌 뒷얘기는?
 
반도에는 흥미로운 두 개의 번호가 등장한다. 종말의 대한민국에 살아 남아 미쳐 버린 631부대. 그리고 631부대원이 살아 남은 사람들(들개라고 부른다)을 사냥해 자신들의 부대 안에서 벌이는 인간 사냥 게임 숨바꼭질에서 등장하는 번호. , 좀비들의 공격에 이리저리 도망치며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들개들의 등에 적힌 번호. ‘반도에선 정석(강동원)의 매형 철민이 들개로 631부대원에게 잡힌 뒤 숨바꼭질 게임에 투입되는데 그때 철민의 등에 적힌 번호가 61번이다.
 
631부대 작명은 연상호 감독이 인간성을 상실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명칭보단 번호가 더 적합할 듯싶어서 붙였다고 한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가 마루타로 불린 인간을 상대로 끔찍한 실험을 했던 731부대를 떠올리게 한다.
 
철민의 등에 적힌 61번은 사실 대한민국 스포츠 팬들에겐 가장 유명한 번호다. 원조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등번호다. 물론 철민의 등에 적힌 61번과 박찬호의 등번호 61번의 상관 관계는 특별히 없다.
 
 
단 한 개의 세트
 
반도에는 붕괴된 대한민국의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공간이 그려진다. 수 많은 세트가 이 영화의 제작비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 같은 인상이다. 다양한 공간이 매 장면에서 비춰지면서 흥미로우면서도 눈을 의심케 하는 비주얼을 만들어 냈다.
 
놀라운 점은 연상호 감독은 반도를 촬영하면서 단 한 개의 세트만으로 이 모든 장면을 만들어 냈다고. 기획 단계에서 연상호 감독이 계산한 이 영화의 제작비는 작게는 200억에서 최대 300억을 훌쩍 넘었다. 너무도 큰 제작비가 투입되는 예산에 거부감을 느낀 연상호 감독은 사전 제작 단계(프리 프로덕션)에서 세밀한 제작비 배분을 했다고.
 
이 가운데 가장 예산을 줄인 지점이 바로 세트 분량이다. 대부분이 그린스크린을 통한 특수 촬영이었지만 실제 세트도 필요했다. 연상호 감독은 모든 스태프들과 합심해 매회 촬영 현장을 다시 세팅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순 제작비는 160억대에서 마무리가 됐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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