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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부동산 시장은 잡는 것이 아니다
2020-07-21 06:00:00 2020-07-21 06:00:00
"부동산 투기를 뿌리뽑겠다."
 
역대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가장 많이 한 말이 아닐까 싶다. 굳이 큰 대책의 줄기를 따라가지 않아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의 워딩이나 정부·여당의 회의만 간간히 보아도 된다.
 
2005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투기적 이익에 대해 모든 정책을 동원해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이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폭을 넓히고 1가구 2주택자에게 양도세를 부과하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이어졌으나, 시장 안정화에는 결국 실패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10년 5월 라디오연설에서 "주택은 투기가 아닌, 주거가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게 확고한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시 2013년 8월 정부여당은 당정협의에서 전월세값 폭등을 논의하고 매매 거래 정상화를 검토했다. 당시는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 붙은 까닭에 전월세값이 올랐다는 판단을 하고 있던 터라 상황 자체가 지금과 조금 다르긴 하나 서민들의 주택난 심화라는 측면에서는 맥락을 같이 한다.
 
문제는 역대 정부 모두 부동산 시장을 그야말로 '잡아야 하는 대상'으로 봤다는 점이다. 부동산은 단순한 제품이 아니다. 가격 변동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경제 전반의 흐름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집값이 오른다는 것은 주변의 학군이 좋거나, 교통이 편리하거나, 개발 호재가 있거나 등의 이유에서 기인한다. 이에 투기세력은 시세차익을 노려 시장에 뛰어들고, 그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급등한다. 반면 서민들은 뛰는 집값에 허탈감만 느낀다. 
 
역대 정부가 매번 부동산 정책에 실패했던 이유 중 또 하나는 바로 5년 단임제의 특성상 대통령 임기내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에 있다. 이는 주거 대책이 단시일내에 해결 가능한 과제가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고 싶은 곳에 자기 집을 갖고 싶어 한다. 그렇게 살고 싶은 지역이 전국적으로 많다면 어찌될까. 꼭 서울에서 살 할 필요가 없다면 집값이 이렇게까지 비정상적으로 오를까. 갑자기 국토균형발전이 급속히 이뤄질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집값을 잡는 데 주안점을 둘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살고 싶은 곳을 많이 만드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특정 지역 가격이 오르니 그곳을 규제지역으로 묶고, 특정 지역에 공급이 부족하니 택지를 조성하는 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환자로 치면 현재 부동산 시장은 중환자다. 즉 중환자에게 작은 상처에 효과가 있는 빨간약을 발라줘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물론 깊은 상처는 아물 수 있게 긴급 처치를 해야 하지만, 그로써 끝낼 게 아니라 다양한 정책 수단의 협진으로 환자가 일반 병동으로 옮겨가고 결국에는 퇴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때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그린벨트 해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의지다. 이제 정부는 보다 중장기적으로 주거정책 청사진을 그리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은 잡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가격 급등락의 변동성을 최소화해 시장이 크게 왜곡되지 않도록 정책 수단으로 컨트롤이 가능할 수 있게 조절해야 하는 대상이다. 
 
권대경 정경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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