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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데이터 보호 장치 필요하지만…"싸이월드 데이터 복구, 사실상 어려워"
'싸이월드 추억 보호법' 공감대 형성
DB 접근 어렵고 일부는 작동도 안돼
2020-07-10 19:50:39 2020-07-10 19:50:39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싸이월드 폐업으로 3200만명의 가입자가 추억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제2의 싸이월드 사태를 막기 위해 SNS 이용자의 디지털 기록을 보호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자신의 데이터를 지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다시는 이 같은 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정부와 인터넷 업계, 학계는 데이터 보존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싸이월드의 데이터를 되찾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싸이월드 이용자 데이터 보호를 위한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배한님 기자
 
미래통합당 허은아 의원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싸이월드 이용자 데이터 보호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허 의원은 이날 SNS 이용자의 디지털 기록을 보호할 '개인정보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법안의 초안'을 공유하고 각계 의견을 청취했다. 
 
허 의원이 준비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에는 전기통신사업자의 폐업 시 개인정보 전송을 요구할 수 있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전송 요구권' 신설이 포함됐다. SNS를 운영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자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 등을 컴퓨터 등 정보처리 장치로 처리 가능한 형태로 전송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허 의원의 법안에 취지에 공감하며 SNS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백업할 수 있는 기능을 미리 마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지현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 과장은 "현재 정보통신망법에 개인정보 제공 요구권이 있으나, 데이터 3법이 개정되면서 8월 5일 자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넘어가 개인정보 열람 요구권만 남게 된다"며 "이런 면에서 정보제공 요구권을 신설하는 법안은 정보통신망법에서 빠진 이용자의 권리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윤명 사단법인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도 "잊힐 권리도 있지만 잊히지 않을 권리도 있다"며 "고객의 데이터 보호 관점에서 이를 보관·보호하는 데 있어 고지 방법·고지 기간·정보 보관 및 삭제 방법 등에 대해 정부가 좀 더 구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규건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런 개인 기록은 이용자 데이터, 데이터 주권 문제 등 중요한 이슈다"며 "서비스 업체들이 이용자들이 통상시에 늘 데이터에 대한 백업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단, 사업체 폐업 시 생명 연장을 위해서 세금을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하므로 백업을 위한 운영비로 사용할 사내유보금이나 보험 등을 마련할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싸이월드의 데이터를 찾을 방법을 현재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마재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자원정책 과장은 "(과기정통부) 직원들이 현장을 조사했는데 싸이월드 임직원은 대부분 그만뒀고 사무실도 폐쇄돼서 들어갈 수가 없었다"며 "유저 데이터베이스도 30%는 작동이 안 돼 일부 이용자는 로그인이 어려운 등 사실상 저희가 어떤 행동을 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마 과장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향후 정부가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정책을 만들면 해외 사업자에게는 적용이 되지 않는 등 역차별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싸이월드 데이터가 보관된 IDC를 제공하는 KT도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성원 KT사업협력담당 부장은 "내부적으로 점검해본 결과 싸이월드가 설치한 IDC 서버 쪽에 (요금 체납 등 문제로) 유지·운영 문제로 서비스가 안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계약 구조상 저희가 접근할 수도 없고, 장애 문제를 조치할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 
 
양 부장은 "이런 상황들이 싸이월드 하나로만 끝나면 좋겠지만 제2, 제3의 싸이월드 문제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조치하게끔 장치와 프로세스를 만들어 놔야 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제2의 싸이월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SNS 이용자가 주체적으로 데이터를 보호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사무총장은 "이용자 스스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 대비해 백업을 할 수 있는지, 고발은 할 수 있는지 등을 먼저 확인하고 이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며 "디지털 사회에서 이런 정보의 격차와 디지털 활용 능력이 우리 삶의 질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싸이월드는 세금 체납 등으로 지난 5월 국세청으로부터 사업자 등록이 말소됐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폐업 의사가 없음을 밝히며 싸이월드를 재운영하기 위해 투자처를 찾고 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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