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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법정형 높다고 인도 안 돼"(종합)
법원 "범죄 면죄부 주는 것 아니야…수사과정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 받길"
2020-07-06 12:06:01 2020-07-06 12:06:01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법원이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을 불허했다. 그동안 한국 사법부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미약했고 법정형이 높은 미국으로 보내 엄중한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감하면서도, 범죄인을 더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는 것이 범죄인 인도 제도의 취지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는 6일 손정우의 범죄인 인도심사 사건 3차 심문기일에서 "범죄인을 청구국에 인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여부 결정 인도심사 세번째 심문 참관을 마친 그의 아버지가 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손정우 측이 △미국에서 기소된 자금세탁 이외의 범죄에 대해 처벌받지 않는다는 보증이 없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만한 사정(절대적 사유)이 없으며 △미국에서 재판받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임의적 사유)이라는 이유로 미국 송환을 반대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한국과 미국의 범죄인 인도 조약에서 특별성의 원칙을 별도로 규정하는 이상 별도의 보증은 필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금세탁죄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걸 두고 범죄 성립이 안됐다고 주장하는데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손정우가 미국에서 재판받더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국에서 손정우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선 "사건이 이렇게 우리 사회의 지대한 관심을 받은 원인은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가 국제적으로 지탄받는 반인륜적이고 극악한 범죄임에도 실효적인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의 해당 범죄 법정형 자체가 미국보다 현저히 가볍고, 아동·청소년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이 미약한 상태에서 형사사법 제도를 운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법정형이 더 높은 미국으로 보내 엄중한 처벌을 해 정의를 실현하는 주장에 공감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철저한 수사와 아동·청소년 음란물 관련 범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소비자나 잠재적 제작자 등 웰컴투사이트 회원들에 대한 발본색원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범죄인 신병을 확보해 증거를 추가 수집하고 대한민국이 범죄인 신병을 확보해야 수사를 철저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대한민국이 주권 국가로서 주도적으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필요하면 미국과 공조도 적극 할 수 있다"면서 "범죄인인도조약과 법률 해석에 비출 때, 대한민국에서 형사처벌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의 (불허)결정이 범죄의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이뤄질 수사 과정에 범죄인은 적극 협조하고 정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라고, 국민 법의식에 부합하는 새로운 형사사법의 패러다임이 정립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손정우의 아버지는 이날 법원 결정 이후 "재판장이 현명한 판단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자식만 두둔하는 것은 옳지 않고 다시 죗값을 받을 죄가 있다면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손정우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약 2년8개월간 다크웹을 운영하면서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이미 지난해 5월 손정우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그는 형기를 마친 후 인도 구속 영장으로 재수감됐지만, 이날 법원 결정으로 바로 석방될 예정이다.
 
범죄인인도법에 따르면 검사는 법원의 인도거절 결정이 있는 경우 지체 없이 구속 중인 범죄인을 석방하고, 그 내용을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법무부장관은 범죄인이 석방됐을 때 외교부장관에게 그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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