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초대형IB, 발행어음 금리 줄인하…제로금리에 역마진 우려
한국투자·NH투자·KB증권, 최대 0.50%포인트 내려
2020-06-05 06:00:00 2020-06-05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초대형 투자은행(IB)들이 발행어음 금리를 잇달아 내리며 유동성 유입 속도를 조절하고 나섰다.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 하면서 역마진 우려가 높아진데다 기업금융 시장 경색으로 조달 자금을 굴릴만한 수익원도 마땅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3일부터 퍼스트 원화 발행어음 수익률을 최대 0.50%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로 0.25%포인트 인하한 것을 고려하면 수익률이 2배나 빠진 것이다. 이는 기준금리가 올해 들어 2차례 내린데다 코로나19로 증시변동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등에 대한 운용손실과 역마진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대응으로 분석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으로, 통상 증권사들은 조달한 자금을 기업대출·회사채, 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장이 경색되면서 이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줄어들었고 초저금리로 종전과 같이 상대적으로 높은 약정금리를 보장하기에도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리스크 프리미엄을 나타내는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회사채AA- 3년물 금리차)는 1.33%포인트 벌어졌으며 BBB+회사채는 8.489%로 7.623%포인트 확대됐다. 회사채와 국채 금리간 차이가 커질수록 기업의 신용 위험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운용 부담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 종합자산관리계좌(CMA)·수시형(개인) 금리는 기존 1.00%에서 0.55%로 0.45%포인트 떨어졌으며 적립식과 기간별 금리는 0.30%포인트~0.40%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한 CMA와 7~90일물 금리는 1.00%에서 0.50%로 인하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은 확정금리로 자금을 운용하는 상품으로, 기존 CMA MMW나 RP형과 성격이 다르다"며 "기준금리 영향을 받긴 하지만 기계적으로 인하폭을 반영하기 어렵고, 시장상황 등 복합적인 요인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이달부터 ‘NH QV 발행어음(원화) 수익률’을 0.40%포인트~0.50%포인트씩 하향 조정했다. NH QV 발행어음 적립형 금리는 2.50%에서 2.00%로, CMA는 1.00%에서 0.55%로 적용된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월30일 기간물(181~365일)에 한해 금리를 0.05~0.1%포인트 올린 이후 3월 3차례에 걸쳐 수익률을 인하해왔다.
 
이에 연초 1.30%였던 CMA 금리는 6월까지 0.75%포인트 빠졌고 기간물 1년제 발행어음은 1.70%에서 1.75%로 소폭 오른 후 현재 1.15%로 적용 중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 3월 빅컷(1.25%→0.75%) 당시 발행어음 수익률은 0.30%포인트 가량만 빠졌다"며 "시장 상황과 금리 인하분 등을 반영해 조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작년 6월 단기금융업을 시작했던 KB증권은 발행어음 CMA에 0.50%의 수익률을 주고 있다. 작년 말 1.30% 수익률에서 0.80%포인트가 인하된 것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 등 금융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발행어음 상품 금리 인하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금 운용을 통해 약속한 수익률을 줘야 하는데 부동산·기업금융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는 운용부담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