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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메자닌채권 공모투자, ‘부도’ 솎아내기가 핵심
사모투자자 애정하던 CB·BW, 공모발행 늘어…채권이자 확보한채 주식차익 기대까지
실적 외 부채·현금흐름 등 중요…최소한의 원리금 상환능력 있어야
2020-06-04 12:30:00 2020-06-04 12:59:51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사모시장에서 대부분 소화되던 메자닌 채권이 최근 들어 공모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사모시장 문턱을 넘을 수 없었던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재무상황이 열악한 기업들이 메자닌 채권을 발행해 상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채권도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모시장에서 메자닌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자닌 채권이란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으로 바꾸거나 살 수 있는 권리가 함께 부여된 채권을 일컫는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올해 서울리거와 대유에이피가 각각 200억원, 250억원 규모 신수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대유에이피는 66대 1, 서울리거는 4대 1의 공모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100억원 규모의 BW를 어제와 오늘 이틀에 걸쳐 공모청약을 받고 있으며, 다음주에는 현대로템이 주주 대상 전환사채(CB) 청약, 이달 말에는 한진칼의 BW 공모청약이 예정돼 있다.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 시장이 위축되자 메자닌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던 기업들은 공모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은 채권 발행 당시보다 주가가 상승할 경우 CB는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서 차익을 낼 수 있고, BW는 채권에 달린 워런트(신주인수권)로 주식을 싸게 인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권리를 함께 주는 대가로 신용등급에 비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채권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바꾸면 부채가 자본금으로 전환돼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조건이 달린 채권은 재무가 우량한 기업들이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량한 기업은 은행에서도 저리로 돈을 빌려주고,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도 인수하겠다는 곳이 많아 굳이 주식 전환 같은 권리를 붙이지 않아도 자금을 모을 수 있다. 반대로 이렇게 해선 자금을 댈 수 없는 기업들이 메자닌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회사가 망하지만 않으면 주식 차익은 몰라도 채권 원금과 이자를 받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메자닌 채권에 투자하는 것인데, 실제 부도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도 이런 채권을 발행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CB든 BW든 청약하기 전에는 기업의 재무상황과 업황, 미래 현금흐름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오늘 BW 공모 청약을 마감하는 팬스타엔터프라이즈의 경우 지난 1분기 현재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총계가 427억원, 시가총액은 440억원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조금 넘는 수준이고, 이번 분기 2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지난 결산에서 7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기록한 만큼 언뜻 보면 채권 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회사에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는 게 아니라 결손(1분기 현재 391억원)인 상태인데다 매출채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182억원 매출채권에 대손충당금은 36억원으로 20% 정도 잡고 있다. 매출채권은 2017년 108억원, 2018년 123억원, 2019년 181억원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 기간 매출은 335억원→283억원→371억원으로 매출채권이 늘어난 것만큼 크게 증가한 것도 아니었다. 
 
 
 
최근 기발행했던 CB 중에서 5억원을 자기자금으로 만기 전 취득 소각해 CB가 23억원으로 감소했다는 공시를 냈다. 또 이번 BW 발행으로 조달하는 100억원 중 70억원을 CB 상환에 쓸 예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부채는 더 늘어나게 된다. 회사는 투자설명서에 1분기말 기준 부채비율 60.0%, 차입금의존도 227%라고 밝혔다. 
 
물론 BW 발행 후 주가가 오른다면 CB도 주식으로 전환하고 BW도 워런트가 행사돼 자본금이 증가해, 재무구조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다. 회사가 기대하는 모양새일 것이다. 
 
하지만 업황이 만만치가 않다. 주력인 자동차 정비 부문은 업황 악화가 천천히 진행되고 있고 바닥에도 가까워져 오히려 괜찮을 수 있으나 크루즈 사업 쪽이 심각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크다. 크루즈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적지 않다. 
 
다행인 것은 이번 공모에는 인수단이 없어 청약 미달될 경우 청약된 금액만큼만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었는데, 주관사인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날 정오 현재 청약경쟁률이 3대 1을 넘어 이런 우려를 씻었다는 점이다.  
 
팬스타엔터프라이즈는 자동차 정비 기계 제작과 크루즈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사진/팬스타엔터프라이즈 홈페이지>
 
팬스타엔터프라이즈가 이번에 발행하는 제22회차 BW는 5년 만기 채권이다. 6월8일이 발행일로 2025년 6월8일이 만기일이다. 표면이자율은 연 2.00%, 만기이율은 연 4.00%다. 3개월에 한 번씩 연 2%로 이자를 나눠 받다가 만기 때 연 4%가 나오도록 남은 이자와 원금을 준다는 의미다.
 
원한다면 만기 전에도 채권을 상환받을 수 있다. 풋옵션 행사일로 정해진 2021년 12월8일부터 매 3개월마다 조기상환을 신청하면 된다. 
 
신주인수권 행사는 오는 7월8일부터 가능하다. 행사가액은 815원. 현재가보다는 낮다. 즉 2025년 5월8일 안에는 워런트 행사가격인 815원 이상으로 주가가 올라야 채권 외의 차익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그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기대효과로 워런트는 매매시장에서 썩 괜찮은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다. BW 투자자들은 채권이자보다 이 점을 노리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우량한 기업이 메자닌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아니므로 재무상황에 약점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투자의 핵심은 그 약점이 채권을 상환하는 데 문제가 될 정도인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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