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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신흥국, 선진국 유동성 회수로 긴축발작 우려
"금융불안에 대외건전성 현재보다 확대될 수 있어"
2020-05-31 12:00:00 2020-05-31 12:00:00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코로나발 타격에 따라 선진국의 유동성 회수로 인한 신흥국의 금융불안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선진국의 긴축 발작(테이퍼텐트럼) 등 공급교란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상승 등의 현실화가 제시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31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신흥국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성장세가 미약했던 태국, 멕시코 등을 비롯한 다수의 신흥국이 올해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바이러스 확산 진정 이후 경기회복과정에서 금융불안 재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에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공급한 유동성이 회수되는 과정에서 신흥국의 통화 가치와 증시가 급락하는 이른바 긴축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통화가치, 채권값, 주식값이 일제히 급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난 바 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미 연준이 유동성을 일부 회수하는 동안 빈번하게 주가급락과 같은 금융불안이 이어졌고 유럽재정 위기도 2009년 말에 연이어 시작됐다. 
 
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의 한 스카이트레인 역에서 마스크를 쓴 통근자들이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흥국 경제는 3월 들어 미국, 유럽의 확진자 증가와 봉쇄조치에 따른 수요 둔화로 수출이 대부분 감소로 전환됐다. 3월 중순 이후에는 신흥국으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됨에 따라 최대 10주간의 이동제한, 점포영업, 공장가동 정지 등으로 경제활동도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브라질의 경우 재정지출 확대로 국내총생산(GDP)대비 적자규모가 지난해 -1.0%에서 -5.2%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3%에서 -8.6%까지 늘어난다. 대표적인 산유국인 러시아는 유가급락에 따른 재정수입 감소로 적자 전환했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재정지출이 확대되면서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된 것이다. 
 
지난 4월 IMF는 올해 전체 신흥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1.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신흥국 통계작성가 작성된 지난 1951년 이후 처음이다. 
 
주욱 한은 아태경제팀 주욱 과장은 "코로나19 확산·대응과정에서 신흥국의 기초경제여건과 재정상황 등이 악화됨에 따라 향후 금융불안 재현시 신흥국의 대외건전성 악화 우려는 현재보다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불안 재현시 과감한 경기부양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데다 채무부담 확대로 신흥국 정부·기업의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내년 3월까지 신흥국 내 투기등급 회사채의 디폴트 비율이 최대 13.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진정 이후 국제기구와 선진국의 자금지원 여력 축소도 신흥국 위기대응 여력을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 
 
주욱 과장은 "최근 우리나라와 일부 선진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진정 이후 신흥국에 현실화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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