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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최우식, ‘기생충’부터 ‘사냥의 시간’ 그리고 다음 계획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고, 감독에 대한 호기심 컸다”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할리우드 진출 계속 논의 중”
2020-05-22 00:00:00 2020-05-2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최우식에게 2019년과 2020년은 죽을 때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통해 배우로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끌어 안았다. 평생에 한 번 기회가 올지 모를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경험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시아영화로선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끌어 안았다. 무대에 올라서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캐나다 출신인 그는 유창한 영어로 기생충팀의 소감 전문 담당자로서 역할도 톡톡히 했다. 그의 차기작이 궁금했다. 전 세계가 최우식을 주목했다. 물론 기생충이전 촬영한 영화였지만 그의 다음 공개 작품은 전 세계 영화인들이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기생충으로 모든 영광을 끌어 안은 그는 할리우드 진출 소식까지 간간히 들려왔다. 그런 그가 선보인 영화는 오래 전 촬영을 끝낸 윤성현 감독의 사냥의 시간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가 되는 작품이다. 당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만든 영화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불가분하게 넷플릭스 공개가 결정됐다. 물론 최우식에겐 오히려 기회가 됐을지도 모른다. ‘기생충의 최우식이 아닌 이젠 사냥의 시간최우식이다.
 
배우 최우식. 사진/넷플릭스
 
사실 그는 넷플릭스가 낯선 포맷은 아니다. 이미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옥자를 경험한 바 있다. 할리우드 특급 스타들과 함께 한 옥자에서도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물론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로 공개가 되면서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큰 스크린에 최적화된 영화 속 미장센을 작은 모니터로 봐야 하는 관객들을 생각하면 아주 작은아쉬움은 분명히 있단다.
 
정말 아주 작은 아쉬움이에요. ‘사냥의 시간을 큰 스크린으로 보면 느낄 수 있는 지점이 분명히 있죠. 하지만 반대로 기생충이후 해외 관객들에게 빨리 인사를 드릴 수 있단 점에선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옥자를 통해서도 경험한 포맷이라 낯설지도 않았죠. 어려운 시기에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공개가 오히려 개인적으론 기회가 된 것 같기도 해요.”
 
꽤 시간이 지났다. 처음 사냥의 시간을 만났을 때의 기억이 궁금했다. 또래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단 점에서 최우식에겐 더 없는 즐거움이었을 듯싶다. 반대로 유약한 캐릭터만 도 맡아 오던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강렬하고 남성적인 작품 세계는 분명히 배우로서 기회였을 수도 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사냥의 시간은 최우식에겐 절대 놓치기 아까운 기회였다.
 
배우 최우식. 사진/넷플릭스
 
딱 맞아요. 먼저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그리고 박해수. 이 형들과 함께 하는 과정이 어떨까. 정말 설렘이 컸어요. 전 작품을 정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과정이에요. 어떤 과정으로 이 작품이 나 갈까. 머릿속으로 그려보죠.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울 거 같았어요. 여기에 파수꾼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감독님에 대한 관심도 컸죠. 무엇보다 이 작품 속에서 내 이미지가 어떻게 나올까 너무 궁금했어요.”
 
현장에선 막내였다. 형들과의 호흡은 이미 너무 즐겁고 찰떡 궁합이었다고 웃는다. 다시 한 번 이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다시 만나고 싶을 정도였다고. 특히나 현장에서 이제훈은 최우식을 이끌고 끌어 주고를 담당하며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갔다. 이제훈은 최우식을 바라보며 친동생이라고 스스럼 없이 부를 정도였으니.
 
제가 막내이다 보니 형들이 정말 많이 예뻐해 주셨죠. 제가 짓궂은 장난을 쳐도 다들 너그럽게 받아 주시고. 그냥 모든 게 현장에서 좋았어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현장을 나가는 게 꼭 놀러 가는 느낌이었으니. 긴장감 넘치고 진지한 장면을 찍어도 즐거웠어요. 사실 제가 낯도 많이 가리고 동료들과 빨리 친해지는 스타일이 아닌데, ‘사냥의 시간은 정말 정 반대였어요. 꼭 다시 한 작품으로 만나고 싶을 정도에요.”
 
배우 최우식. 사진/넷플릭스
 
그는 완성된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를 개인적인 호불호로 전했다. 농담일지언정 자신의 잘생기게 나온 외모가 불만이라며 웃는다. 반대로 자신과 함께 한 형들의 존재감과 전체적인 영화의 어두운 톤은 너무 마음에 들었고,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껴진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서 마음에 쏙 든다고 웃는다. 무엇보다 박해수가 연기한 캐릭터에 대한 느낌에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영화를 보신 분들의 평을 보면 제가 좀 잘 생기게 나왔다는 말을 봤는데(웃음). 하하하. 이게 사실 이유가 있어요. 제가 연기한 기훈의 헤어스타일이 실제로 감독님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반항기 넘치는 시절을 모티브로 하신 거라고. 하하하. 제 사진과 디카프리오 사진 두 장을 붙여서 보여주시는 데 정말 못보겠더라고요(웃음). 그나마 기훈이랑 헤어스타일이 좀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맘이 놓였죠. 그리고 영화를 보니 해수형이 연기한 이 너무 멋지게 나왔더라고요. 진짜 남자로서 나도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을 정도였어요.”
 
영화 속에서 최우식의 연기 중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또 평소 최우식의 작품 속 모습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은 지점은 이다. ‘사냥의 시간은 출연 배우들의 욕 대사분량이 상당하다. 당초 시나리오에도 거친 욕설이 많았지만 상영 버전 속 욕 대사분량은 더 많아졌다. 출연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있었다. 감독의 요구도 있었을 듯싶다. 최우식은 현장 분위기와 감정에 따라갔단다.
 
배우 최우식. 사진/넷플릭스
 
사실 전 욕이 그렇게 많은지 느끼질 못했어요(웃음). 그리고 기훈은 영화 속에서 유독 장호(안재홍) 한테만 욕을 많이 해요. 하하하. 제가 캐릭터를 만들 때 장호와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서 기훈을 생각해 낸 게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 같아요. 감독님이 딱히 더 주문하신 건 없어요. 떠 올려보면 영화 처음 장호와 등장하는 장면을 무려 44테이크까지 간 기억이 나네요. 당시에 테이크가 늘어갈수록 욕도 늘어갔죠(웃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욕 캐릭터가 설정이 된 것 같아요.”
 
기생충이후 최우식의 국내외 위상은 완전히 달라진 상태다. ‘사냥의 시간은 시기 상으론 기생충이전 촬영을 끝낸 영화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기생충후속작이 됐다. 더욱이 할리우드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사냥의 시간이 전 세계 190개국에 동시 공개가 됐다. 현재 할리우드 진출도 논의 중이란다.
 
배우 최우식. 사진/넷플릭스
 
그냥 다 모든 게 감사해요. 우선 기생충때 제가 영어 인터뷰를 하니 해외에서 관심을 많이 가져 주신 것 같아요. 실제로 작품 제의도 들어오고. 요즘에는 오디션 테이프도 보내고 있어요. 올해 초 얘기가 오간 영화는 계속 논의 중이에요. 그 영화는 올해 촬영이 들어가야 하는데 아직까진 코로나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출연 확정을 한 것도 아니고. ‘사냥의 시간도 해외에서 반응이 들어오는 게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하죠. 조급함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다음 작품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게 이제 지금부터의 계획입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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