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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2020-05-21 14:23:13 2020-05-21 14:23:13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이 흔들리고 있다. 50만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글이 '허위'로 밝혀지면서 인증과 운영방식 등을 둘러싸고 잡음이 새어나고 있다. 여론 표출이라는 순기능은 분명하지만 부작용을 보완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청와대는 지난 21일 '민식이법 개정을 청원한다'는 국민청원에 답했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기준 이하의 속도를 준수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무조건 형사처벌이라는 불안이 있다"면서 "현행법과 기존 판례를 감안하면 무조건 형사처벌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한 우려"라는 답을 내놨다.
 
청와대 청원글에 대한 동의가 일정수준을 넘겨 책임자의 답변을 이끌어냈지만 결국 청원글의 핵심을 비껴간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은 청와대가 답하고 싶은 것만 성의있게 답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민식이법의 처벌 수준이 다른 과실범죄에 비해 높다는 글의 핵심지적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불거진 '가짜청원'도 청원대 국민청원의 입지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25개월된 딸이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해당 학생과 부모의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결국 가짜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청원은 3월20일 게재된 이후 총 53만의 동의를 얻으면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이 글을 작성한 한 여성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낼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 시행을 하루 앞둔 3월 24일 경기 수원시 남부경찰서 직원들이 수원시 권선구 곡정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교통법규위반 차량에 대한 계도단속을 하고 있다. 한편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무인 단속카메라 설치 의무화'와 '어린이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 가해자의 처벌수위를 강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 청원게시판의 위력에 대해 이전부터 논란은 있어왔지만 최근 가짜청원과 허위사실 유포, 여론 동원, 답변의 내용 등을 둘러싸고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사회여론의 분출구가 되고 민의를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순기능은 있지만 보완해야할 점이 적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책임자의 답변이 알맹이(해결방안)가 없다는 비판이 많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국민청원 게시판은, (정부)입맛에 맞는 글에만 답하고, 그 글에만 답변을 내놓는다"고 일갈했다. 상투적인 임기응변적 대답만 하고 성의있는 답변을 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더욱 문제는 가짜청원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여론을 선동하기 쉬운 구조라는 것이다. 다른 네티즌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간접민주주의가 주는 한계를 보완하고 있지만 법률과 행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론의 힘을 빌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대의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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