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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실적 대박 강소기업 숨어있는 K-OTC
오상헬스케어·드림라인 등 어닝서프라이즈…삼보컴, 꾸준한 성장 돋보여
실적 비해 저평가주 많아…멀리 '상장' 내다보고 장투
2020-05-19 13:00:00 2020-05-19 14:59:4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020년 1분기 실적이 발표됐다. 5월15일까지 분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건 상장기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주권을 모집 또는 매출한 법인이나 외부감사 대상으로 주주 수가 500인 이상인 경우에도 분기마다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K-OTC 시장에 등록된 기업 중 금융감독원에 분기보고서를 제출 공시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전수 조사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뛰어난 실적을 올린 기업이 있었다. 눈밖에 있는 장외기업들 중에도 주목할 만한 기업들이 있다. 
 
삼성 반도체장비·롯데 물류 등 우량주 포진
 
삼성전자가 한국 증시의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것처럼 K-OTC 시장의 시가총액 1위, 2위도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메디슨과 세메스가 차지하고 있다. 
 
1위 삼성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를 상용화한 의료기기 업체다. 세계 최초로 3D 초음파 장비를 개발해 전 세계 100여국에 수출하고 있다. 2011년 삼성이 인수할 당시 회사가 크게 변신할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지금도 본업인 의료기기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 등 다른 계열사들과의 관계 정립 과정에서 상장이 이뤄지게 될지가 포인트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돼 영업이익은 2년 연속 20억원대에 머물러 있었는데도 시총은 8400억원을 기록 중이다. 단기금융상품을 1150억원이나 보유하고 있어 금융수익 때문에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세메스는 반도체 장비회사로 삼성전자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반도체장비 매출이 78.6%를 차지하고, 디스플레이 설비인 FPD장비 비중이 9.1%다. 가동률이 아직 31%밖에 안 돼 매출비중이 떨어진다. 삼성전자라는 안정적인 매출처를 가진 것은 장점인데, 삼성전자 지분이 91%나 돼 당장 상장 필요성은 보이지 않는다. 
 
세메스는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3분기까지 4개분기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해 우려를 낳았으나 지난해 4분기에 8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2019년 연간 영업이익을 312억원 흑자로 돌려놓았다. 올해 1분기에도 800억원을 넘겼다. 
 
시가총액은 7020억원대, 우량 반도체 장비주임에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일 정도로 저평가 상태다. 만약 이 정도 기업이 상장할 경우 시총은 가뿐히 조단위로 뛰어오를 것이다. 
 
반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장외기업임에도 요즘 핫한 배송을 주업으로 하다 보니 주가도 그만한 평가를 받고 있다. 2년 연속 적자 후 지난해 18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시총은 벌써 7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CJ대한통운 등에 비하면 높은 것은 아니다. 
 
사업은 택배사업과 SCM(위탁물류)사업, 글로벌사업으로 삼등분돼 매출도 비슷한 편이다. 다만 택배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매출비중은 SCM운송이, 수익성은 글로벌사업이 가장 높다. 
 
요즘 물류센터 투자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이중 약 3000억원이 투입된 중부권 메가허브 터미널이 2022년에 구축될 예정이다. 영남권 물류통합센터는 2021년, 여주의류통합센터 2022년에 완공되고, 통합물류플랫폼인 BPO플랫폼(2020년)도 예정돼 있다. 
 
SK건설 주가도 싸지만 밸류에이션만 보면 장내에도 매력적인 건설주들이 많다. 다만 SK건설에게는 IPO(기업공개)라는 카드가 한 장 더 있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상장을 추진한 이력도 있으니 상장 의지도 확인됐다. 
 
문제는 2018년 라오스에서 발생한 댐 붕괴 사고다. 지금도 재건 복구 사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엔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이 한국 등 2018년 라오스 댐 사고와 관련된 정부와 기업들이 피해자 구제를 위해 즉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돌발악재로 SK건설의 상장도 무기한 연기됐다. SK건설은 1분기 보고서에 라오스 Xe-Pian Xe-Namnoy 수력발전 프로젝트의 공사미수금(청구) 총액 586억원의 249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잡아놓은 상태다. 이 사고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상장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상헬스케어, 코로나 진단키트로 ‘대박’…드림라인 성장스토리 시작
 
여기까지가 주가와 실적이 무난한 우량 기업들이라면 K-OTC에서 주목할 기업들은 이제부터다. 
 
넷마블네오는 넷마블 계열 게임 제작사다. PC온라인게임 클럽엠스타, 하운즈:리로드와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를 개발했고, 현재 제2의 나라를 개발 중이다.
 
2018년 957억원, 지난해 5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 1분기에도 200억원 가까이 냈는데 시총은 4700억원에 그친다. 최대주주인 넷마블이 주가수익비율(PER) 50배로 평가받고 있는 점이나,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는 넥슨지티가 2800억원대 시총인 것과 비교하면 괜찮은 가격대라고 볼 수 있다.
 
LS전선은 16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찍고 있는데도 시총은 4631억원에 불과하다. 올 1분기 영업이익도 400억원을 넘겼다. 부채가 많아 영업이익과 순이익 차이가 큰 편이지만, 실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고만고만한 실적을 내다가 1분기에 터졌다. 코로나19로 인한 편의점 매출 증가가 반영된 덕분이다. 올해 실적은 상당히 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사인 BGF리테일 등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비상장사란 할인요소를 감안하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상헬스케어는 현재 K-OTC에서 가장 핫한 주인공이다. 혈당측정기 등 측정센서를 만드는 기업인데 이번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생산해 주목을 받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 68억원은 역대 최고기록이다. 
 
오상헬스케어가 만드는 측정기기 중에서는 혈당측정 바이오센서 매출이 연간 430억원 정도로 비중이 가장 컸다. 이에 비해 분기진단 시약 및 키트는 지난해 연간 15억 매출이 이번 1분기에 86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중 수출이 81억원이다.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덕분에 주가도 급등해 3월 중순까지 5000원을 오가다가 2만원을 뚫었다.  
 
앞으로는 코로나19 관련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곳이 늘어날 테니 이런 실적이 계속 나오기는 어려울 테고, 이보다 조금 적더라도 일정 수준을 유지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1분기 실적만 놓고 평가할 경우엔 다른 의료기기 업체들보다 매력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메가젠임플란트도 비슷한 모양새다. 2017년엔 부진했으나 이후 다시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1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현재 시총은 1326억원이다. 상장사인 오스템임플란트, 덴티움, 디오보다 저렴하지만 크게 벌어진 것은 아니다.  
 
이와 함께 주목할 곳은 전용회선 임대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드림라인이다. 지난해 평소의 3배 가까운 23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최근 회사 주인이 IMM인베스트먼트로 바뀐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투자 사모펀드가 워크아웃 상태였던 드림라인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070’ 전화 등 기업 전용회선 임대업 등에 주력했다면, IMM인베스트먼트는 데이터 사용 증가 추세를 반영해 데이터센터(IDC) 사업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드림라인은 2016년에 IDC 사업자 드림마크원을 설립하고 신세계I&C에게서 데이터센터 등을 인수해 보유 중이다. IMM인베스트먼트의 체질 개선이 성공하면 드림라인은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520억원의 몸값은 싸게 보일 수도 있다.
 
시총보다 영업익이 많은 비정상 거래도
 
이밖에 시총 500억원 미만 기업들 중에서도 눈여겨 볼 기업들이 있다. 
 
삼보컴퓨터는 시총이 140억원에 불과한데 지난해 영업이익이 71억원이었다. 지난 1분기에도 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삼보컴퓨터는 예나 지금이나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건 똑같다. 그런데 일반인이 아닌 조달시장에서 주로 영업한다. 정부기관과 기업, 학교 등이 주 고객이다. 
 
연간 실적을 보면 매년 조금씩이지만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200%가 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4%로 뚝 떨어졌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55%를 기록했다.
 
작지만 우량한 이런 기업에게 약점이 있다면 주식 거래량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발행주식도 적은데 최대주주인 티지나래(유)가 52.47%, 이홍선 대표가 14.2% 지분을 들고 있다 보니 유통가능 주식이 20만주도 채 안 된다. 소액주주들이 내놓지 않으면 거래가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총이 40억원도 안 되는 초소형주 신영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48억원)이 현재 시총보다 많았다. 순이익은 그보다 많은 75억원이었다. 대우산업개발과 아하정보통신도 시총을 넘어서는 수준은 아니지만 시총에 육박하는 이익을 올렸다. SG신성건설의 경우 PBR이 0.09배다.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다. 미미한 거래로 시장가격이 왜곡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만큼 시장가격의 신뢰도와 거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매매에 참여할 경우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K-OTC 등록기업 중에는 이처럼 환금성이 떨어지고 기업 덩치가 작아 코로나19처럼 어디서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에도 훅하고 날아갈 수 있는 약한 곳들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작은 기업들에 투자할 때는 여러 종목을 함께 담아 포트폴리오를 만든 뒤 몇 년 묵힌 뒤에 꺼내보는 투자가 유효하다. 그중에서 한둘만 제대로 성장해 IPO에 성공해도 전체 계좌를 플러스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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