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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추심원, 계약서상 독립사업자라도 실질적 지휘·감독 받았으면 근로자"
2020-05-17 09:00:00 2020-05-20 21:49:5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채권추심 회사와 위촉계약을 맺은 채권추심원이 계약서상 독립사업자로 명시돼 있고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더라도 채권추심회사의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인정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채권추심원으로 근무한 뒤 퇴직한 정모씨 등 2명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SCI평가정보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배정받은 채권추심업무를 수행하는 구체적 내용을 내부전산관리 시스템에 입력하도록 하고, 각종 업무상 지시, 관리기준 설정, 실적관리 및 교육 등을 함으로써 원고가 수행할 업무 내용을 정하는 등, 원고의 업무수행에 관해 상당한 지휘·감독을 행해왔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약 6년9개월 동안 계속 피고의 채권추심원으로 종사해 업무의 계속성이 인정된다"면서 "이 기간 동안 원고가 피고로부터 받은 수수료와 자격증 수당, 장기활동 수당 등은 원고가 제공한 근로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로서의 임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가 근무시간이나 장소에 대해 피고의 엄격한 제한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는 잦은 외근이 이루어지는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불과하다"면서 "원고가 피고와의 계약관계가 유지되는 기간 동안 다른 곳에서도 급여소득을 얻은 적이 있지만, 그 경위와 금액 등을 고려하면,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유력한 징표로 삼기는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로부터 받은 수수료 등과 관련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를 납부했고, 다른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사용자인 피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를 들어 원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쉽사리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원에 따르면, 정씨 등은 2008년 6월12일 채권추심 권한을 위임받는 형식으로 SCI평가 정보와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상 정씨의 지위는 독립사업자였다.  계약기간 동안 SCI평가정보는 정씨에게 사무실 집기와 전화기 등을 제공하고 사내 업무지침과 인사상 신상필벌, 각종 교육을 제공했다. 동시에 고정급 없이 본인의 채권추심업무에 따른 일정 수수료를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받았다.
 
정씨 등은 2015년 9월 퇴사하면서 회사에 퇴직금을 요구했다. 그러나 SCI평가정보는 정씨 등이 위임계약서상 독립사업자임을 내세워 거부했다. 정씨 등이 소송을 냈다. 그러나 1, 2심은 사측 주장을 받아들였고, 이에 정씨 등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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