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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대통령 지지율 71%의 비밀
2020-05-12 06:00:00 2020-05-12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이다. 지난 5월10일은 취임 후 만 3년이 되는 날인데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는 무려 71%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6~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4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았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 71%,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 21%로 나타났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수치만 보면 임기 초반인지 의심할 정도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만 임기 4년차에 접어들었다. 같은 조사 기관이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를 발표한 이래 비슷한 시기에 70%대 지지율을 찍은 대통령은 없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단순한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지 낮은지에 따라 대통령 리더십의 가치는 달라진다. 높은 지지율을 보인 대통령은 강한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한다. 당선 전에 내걸었던 공약 추진은 탄력을 받는다. 그렇지만 임기 3~4년 차에 대통령 지지율이 40%조차 미치지 못한다면 레임덕(대통령의 권력 누수)을 걱정하게 된다.
 
자신의 리더십 뿐만이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에 따라 집권 여당의 선거 결과 또한 달라진다. 대통령 지지율이 적어도 50%이상이라면 선거에서 여당은 유리한 환경에 놓인다. 개인 후보들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동원한 선거 마케팅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 시점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대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선거 결과는 여당의 압승이었다. 이번 총선 본 선거일에 임박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에 육박했다. 결과는 여당의 180석 당선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 4년차 초의 국정 수행 평가는 대체로 20~40%대 수준으로 나타난다. 흔히들 대통령 지지율은 은행계좌 같다고 한다. 별로 쓴 내역도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잔고가 줄어든다. 은행에 갈 때 마다 왜 이렇게 잔고가 줄어드는지 푸념을 늘어놓게 된다. 대통령 지지율도 같은 운명이다. 최선을 다해서 국정 운영을 하지만 지지율은 제자리이거나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참모들을 아무리 다그쳐 보아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나 긍정적 평가는 임기 후반부로 가면서 점차 사라져 가게 된다. 그럴 경우마다 야속한 것이 국민들이고 ‘대통령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며 스스로를 위안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에 지지율이 상승했을까.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에게서 볼 수 없었던 평가 환경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변수는 경북공이다. 경제, 북한, 공약(공공개혁)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19가 모든 이슈를 집어 삼켰고 모든 평가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문 대통령은 다른 외국과 비교할 때 코로나19 방역을 잘했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지지가 솟구치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에는 세대, 지역, 이념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핵심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와 보수까지 대통령의 방역 리더십에 긍정적 점수를 주는 ‘대세 현상’이다.
 
게다가 높은 대통령 지지율이 바탕이 되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다. 총선 승리에 대한 편승 효과까지 발생했다. 중도층은 대통령 긍정 평가로 기울어졌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보수층까지 미소 짓게 만드는 추가 한방의 마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까지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결코 낮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대통령 지지율은 영원히 높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임기가 다되어 갈수록 지지율은 낮아지게 된다. 지금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는 일반적인 환경이 아니다.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공룡 여당에 대한 평가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과에 대한 평가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총선 압승으로 야당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롭게 헤쳐 나갈지는 오롯이 문 대통령과 여당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공 행진하는 지지율이 국민들의 성과 평가를 제외시켜 주지는 않는다. 오는 추석 연휴부터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 평가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 정부와 여당이 가장 큰 변화를 해야 하는 이유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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