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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하이트진로 '일감 몰아주기', 경영 승계작업 부인 어려워"
'장남' 박태영 부사장·김인규 대표 등 '집유'…회사도 '벌금 2억'
2020-05-07 17:06:04 2020-05-07 17:09:1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지원을 위해 특정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이트진로 총수 일가와 경영진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부장판사는 7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박 부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함께 기소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김창규 전 상무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하이트진로 법인에는 벌금 2억원을 판결했다.
 
총수 일가가 최대 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은 하이트진로 경영진 등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서울 서초동 하이트진록 사옥. 사진/뉴시스
 
박 부사장 등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래스와 맥주캔을 제조·유통하는 과정에 계열사 서영이앤티를 끼워 넣는 방법 등을 통해 총 43억원의 일감을 몰아주며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 기기를 제조해 하이트진로에 납품해오던 기업으로 박 부사장이 58.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하도급비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11억원을 우회 지원해 서영이앤티가 100%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유리하게 매각할 수 있도록 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서영이앤티가 실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음에도 통행세에 해당하는 유통 마진을 얻고 있었다"면서 “삼광글라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구매 비용이 증가했음에도 이익을 얻지 못했고 반품·교환만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시했다. 이어 "서영이앤티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시장의 경쟁자를 배제하며 신규진입 억제 효과를 창출해 부당성 요건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같은 범죄행위가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박 부사장이 서영이앤티의 지분을 취득한 뒤 각종 지원행위를 통해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도 유통 이득을 취득하도록 했다"며 "박 부사장은 서영이앤티가 얻은 경제적 이득의 최종 수혜자일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이)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박 부사장이나 김 대표 등이 거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피고인 주장에 대해서는 "미필적으로나마 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위법을 발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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