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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K-방역의 선물
2020-05-04 06:00:00 2020-05-04 06:00:00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우울한 얘기가 가득하다. 경영환경을 설명하면서 최악이란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게 됐고 악몽으로 기록된 글로벌 금융위기나 미국의 대공황을 넘어서는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유명 음식점에 예약이 뜸해진 지 오래고 동네 가게 사정은 더 말할 것도 없다.
 
K-방역은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위안거리다. 전 세계 언론이 정부 관계자와 의료진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의 헌신과 희생이 어우러져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있는 한국을 세계의 모범으로 집중 조명하고 있다. 세계의 정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 우리 기업의 진단키트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중앙 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에까지 우리의 경험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얘기가 담긴 온라인 게시물 아래는 기분 좋다는 뜻으로 '주모'란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K-방역과 관련된 소식이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피로 회복제 역할을 하는 셈이다.
 
K-방역은 즐거움 이상의 선물도 주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은 전 세계 기업이 예외 없이 겪는 일인데 우리 기업은 K-방역 덕분에 먼저 전열을 가다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할 시간을 벌었다. 한발 빨리 나갈 수 있다면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한국이란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곳도 있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에게 해외시장 진출은 장벽이 높다.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이름 모를 기업이란 게 이유 중 하나다. 생면부지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고 믿음이 없으면 거래도 불가능한 게 당연하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면 아시아 밖에서 한국은 낯선 나라다. 몇 개월 유럽에 머문 적이 있는데 당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니하오', 다음이 '노스'(north)다. 중국인인 줄 알고 인사를 건넸다가 '코리안'이라고 하면 북한에서 왔느냐고 물은 것이다. 한국은 위험한 곳 아니냐는 질문도 여러 번 받았다. 그들에게는 한국보다 중국이 익숙하고 우리나라와 관련해 접한 정보가 대부분 남북문제란 뜻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과 삼성, LG는 알지만 한국과 잘 연결을 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한국이란 브랜드 인지도가 기업이나 K-팝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이란 이름을 자국의 언론과 인터넷을 통해 넘칠만큼 접하게 됐다. 거기에는 투명함과 치밀함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대처, 다양한 방식의 검사로 보여진 기발한 아이디어, 진단키트가 증명하고 있는 기술의 우수성과 준비성, 마스크 양보 운동으로 대표되고 총선을 통해 다시 한번 뚜렷하게 드러난 높은 수준의 시민의식, 코로나19 극복에 도움을 주려 진단키트나 방역용품을 다른 나라에 기부하는 기업의 모습이 들어있다.
 
물론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신뢰가 커지는 게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안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벽을 낮출 것만은 분명하다.
 
K-방역을 통해 널리 퍼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확대되면 우리나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내수를 활성화하는 데까지 이어질 것이란 희망도 품을 수 있다.
 
가능성과 기회, 희망이 현실이 되려면 필요한 게 있다. 과거의 경험과 틀에서 벗어난 정부의 과감한 지원, 코로나19 상황에서 기업이 실천하고 있는 상생 노력의 지속, 정치적 이익보다 기업과 서민경제에 필요한 제도 개선을 위해 일하는 국회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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