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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정부와 기업의 참된 협력
2020-04-29 06:00:00 2020-04-29 06:00:00
한국 기업인들이 쿠웨이트의 장막을 뚫고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외국인의 입국을 막고 항공기 운항도 완전히 금지했던 쿠웨이트에 지난 11일 25개 기업 관계자 106명이 입국한 것이다. 쿠웨이트가 예외적으로 외국 기업인의 입국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들은 입국후 14일 동안 현지 시설에 격리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쿠웨이트의 봉쇄장벽을 뚫고 들어간 것 자체로 이미 일종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쿠웨이트가 구입한 한국산 진단키트의 힘이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지금 천하를 호령하고 있다. 해외에서 고립됐던 한국 교민도 한국산 진단키트를 필요로 하는 현지 정부의 도움으로 속속 들어오고 있다. 지금 국면에서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절실히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진단키트가 이렇게 해외에서 보석처럼 대우받게 된 것도 정부와 해당 업체의 긴밀한 협력의 결과였다. 코로나19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번지기도 전인 지난 1월27일 질병관리본부는 진단키트 생산업체들과 회동에서 진단키트를 신속하게 만들어달라고 일렀다. 질병관리본부는 다음날 긴급사용승인 공고를 올렸다. 그러자 국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해 2월에는 여러 업체가 제품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한국은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감염여부에 대한 본격적인 검사로 확진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는 효과적인 방역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방역체제는 이제 전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산 진단키트에 대한 각국의 구매 또는 지원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현재 한국 업체들의 진단키트 생산능력은 하루 10만인분을 넘는다. 하루 사용 2만인분을 크게 웃돈다. 확진환자와 검사수요가 요즘은 크게 줄어듦에 따라 수출여력도 커졌다. 여세를 몰아 정부와 진단키트 생산업체들은 해외에 수출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진단키트 수출은 지난 1월 1만달러도 안됐지만, 지난달에는 2410만달러를 넘어섰고 4월에도 20일 동안 벌써 1억3000만달러를 넘어섰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다.
 
한국 진단키트의 성과가 이미 국내외에서 확인됐으니 수출규모도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바이오한국'의 명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국가브랜드가 높아지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손소독제나 식품 등 다른 제품도 국가브랜드 상승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고 국민의 자신감도 커진다.
 
한국이 이번에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업들은 여러모로 큰 역할을 해냈다. 대구와 경북에서 환자가 급증할 때 삼성과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이 연수원 시설을 생활치료시설로 쓰라고 내줬다.
 
삼성의 경우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2월 한때 시끄러웠던 마스크대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해외에서 마스크 완제품 33만개를 확보해 기부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코트라 등과 협력해 해외에서 마스크 원자재를 조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지도를 통해 마스크 생산량 증대를 돕기도 했다. 덕분에 해당 업체는 설비를 추가로 늘리지 않고도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 향상이다.
 
그 결과 매출이 증대되지만 증설투자를 위해 자금을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반면 지금 생산능력을 늘려놓으면 나중에 과잉설비로 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설비를 늘리지 않고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량을 늘리면 추후 유휴설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바로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삼성이 담당한 것이다.
 
이렇듯 이번 코로나19 해결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인상 깊은 협력의 장면을 연출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정경유착과는 판이하다. 정부와 기업이 맡은 바 책무를 다하면서 서로 돕는 민주적인 '정경협력'의 모습이다.
 
연초부터 한국과 한국인을 그토록 괴롭혔던 코로나19도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만신창이가 된 경제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아울러 높아진 한국의 평판을 활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때마침 보건복지부는 한국 바이오헬스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1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무적인 일이다.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참된 협력이 기대된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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