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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정병권 경찰인재개발원장에게 전하는 글
2020-04-22 06:00:00 2020-04-22 06:00:00
정병권 경찰인재개발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세종 관가에 활동하고 있는 뉴스토마토 정책데스크 이규하라고 합니다. 세종시에 위치한 여러 경제부처를 출입하던 중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소속기관인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들리더군요.
 
바로 ‘경찰인재개발원 부당견책 의혹’ 사건입니다. 취재 중 경찰인재개발원에 함구령이 내려졌는지 그 누구도 취재에 응하지 않아 이렇게 불쑥 첫 인사를 대신합니다.
 
인사말씀에 경찰인재개발원은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관 양성’이란 문구가 눈에 띕니다.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질서 수호’로 표하셨던데 내부 실상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부임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내막을 잘 모르실 것 같아 관련 의혹을 되짚겠습니다. 올해 초 충남 아산 소재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무기계약직 직원 A(51세·여성)씨를 징계하기 위한 ‘경찰인재개발원 무기계약근로자 징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징계위는 A씨에게 견책 처분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징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당시 징계위원장도 직접 감찰(경위) 직원에게 “이게 징계위원회를 열 사안인가”라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이 후 이달 2일 충남지방노동위에서 열린 ‘경찰인재개발원 부당견책 구제신청’ 심판회의에서 이런 말이 또 나옵니다. 이날 노동위원장은 경찰인재개발원 측 감찰 직원에게 “이게 징계위 회부 사안이냐”고 묻습니다.
 
단순 언쟁을 폭행사건으로 몰아간 의혹이 짙은 사안입니다. 결국 충남지방노동위는 징계 무효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인재개발원 무기계약근로자 징계위의 ‘짜 맞추기 징계’ 의혹은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경찰 신분의 감찰 직원(경위)이 A씨를 겨냥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죠.
 
노동위 내용을 보면 ‘부당 견책’ 결정과 관련해 ‘징계의 형평성 위반’과 ‘절차적 위반’을 지적합니다. 더욱 이 B(41세·남성)씨의 폭력적 행동과 욕설에 대응하다 발생된 사건이라는 점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CCTV에도 몸싸움의 흔적을 뒷받침할 만한 직접적인 근거나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4분 가량의 영상에서 언쟁을 벌인 장면만 나오더군요. 그런데도 B씨는 폭행을 당했다며 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A씨가 방어권을 행사하기 위해 사건을 맡은 감찰 직원에게 CCTV 영상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사건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징계위 하루 전 받았다죠.
 
더 어이없는 일은 징계위에서 벌어집니다. 감찰 직원은 정보공개를 통해 확보한 CCTV 자료가 아닌 본인이 준비한 CCTV 영상으로 A씨의 의견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영상은 말다툼이 있던 시간대의 영상이 아닌 12~13분이 흘러 B씨가 손등을 훑어보듯 그냥 넘기는 모습이 찍힌 장면입니다. 감찰 직원은 이를 폭행 근거로 몰아갔습니다.
 
다른 직원의 참고인 조사에서 ‘신체 접촉이나 몸싸움이 없었다’는 진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인권의 상징인 문재인 정부에서, 그 것도 법과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질서 수호’의 조직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안팎에서는 시간외 수당 부정 청구 등을 감찰하지 않고 애꿎은 직원만 내몰았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을 보셨나요. 스토리의 요지는 간첩 조작 사건입니다. ‘빨갱이’로 낙인된 평범한 이웃들의 억울함과 고통이 잘 묘사돼 있습니다.
 
우린 세월호 사태 이후 죄의식이나 수치심 없는 새빨간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의 민낯을 봐왔습니다.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도 목적만 정당하다면 수단·방법 따윈 문제가 되겠냐는 ‘영혼 없는 공직사회’의 군림이었습니다.
 
변혁의 시대에 선결과제로 내밀던 관행안주·관망보신·관권남용의 3관 척결은 아직 끝나지 않은 얘기인가 봅니다.
 
이규하 정책데스크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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