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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코로나19 사태 '책임 공방' 이후를 겨냥하라
2020-04-22 07:00:00 2020-04-22 07: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중국의 호흡기질환 권위자 중난산(鍾南山) 중국 공정원 원사는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전환되던, 지난 2월 말 느닷없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출현은 했어도 발원은 중국이 아니다"며 '중국 책임론'을 회피하는 입장을 밝혔다. 중난산 원사는 2002년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했을 당시 자국에서 '사스영웅'으로 추대받은 인물이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향후 전개될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한 중국 책임론에 대비하려는 사전 작업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중국은 무엇을 겨냥한 것일까.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가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중국에 바이러스를 처음 퍼뜨린 것 역시 미군"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제기했다.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말이지만 중국은 5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정협) 등 '양회' 개최를 통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완전하게 승리했다고 선언할 심산이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발원국 이미지를 삭제하려는 시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이 감염병을 '중국 바이러스' 혹은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중국을 자극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미국으로 번지자 중국에 대한 자극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19로 인한 우한지역 사망자를 3분의 1이나 축소한 사실이 드러나자 중국을 거칠게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코로나19 통계에 대한 불신을 노골화하는 한편, 중국 측 입장을 두둔하고 나선 세게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격 중단했다. 미국의 유력 매체들도 앞다퉈 코로나19의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대대적으로 제기했다.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해서는 사태 초기에 여러 번 우한 유출설이 흘러나왔다. 미국 매체들은 보다 구체적으로 미국 정부의 비밀자료를 인용, 실험실 유출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난 14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 기밀문서를 인용, 미국 관리가 2018년 박쥐의 코로나19 감염을 연구하는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를 방문한 뒤 바이러스 유출 우려를 지적하는 보고서를 작성해 새로운 세계적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심각하게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폭스뉴스도 소식통을 인용, 우한 실험실 유출설을 기정사실로 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가속하는 시점에 돌출된 코로나19 사태는 미중 패권전쟁을 경제에 이어 방역으로까지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패권경쟁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전 세계가 분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기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당장 중국 경제는 올해 1분기에 -6.8%를 기록,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세계경제에 미치는 검은 그림자도 가시화하고 있다. 대외경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도 중국과의 교역비중이 가장 높아 당장 1분기 성장률을 -1%대로 방어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코로나19 사태는 미국 대선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대선후보 레이스에서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후보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도전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가운데서 치러진 한국의 총선은 유권자들이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국가 지도자를 원한다는 것을 재확인시켰다. 미국 대선이 코로나19 와중에 치러진다면 트럼프의 재선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가 중국에 코로나19 책임을 떠넘긴 목적은 중국의 배상을 겨냥한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포석이 중국과의 전방위적 패권경쟁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주는 건 분명하다. 중국이 코로나19를 유출시켜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게 고의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초기 대응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은폐하고 조작한 정황이 드러나면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할 가능성은 높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다수의 희생자를 내고 피해를 입은 미국과 유럽이 앞다퉈 중국 책임론을 제기한 배경엔 '코로나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응이 담겨 있다. 우리도 앞으로 전개될 미국과 중국의 공방과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대응해야 한다. 중국과 다른 열린 시스템으로 성공적인 코로나19 방역시스템을 구축, 각국으로부터 방역 자문과 도움을 요청받는 우리나라로서는 일단 향후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 하나를 선점한 셈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코로나19 대한 방역을 넘어 앞으로 닥칠 수 있는 다양한 변종 전염병에 대한 방역시스템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또 무너지는 기존 산업과 경제패러다임을 보완하고 새로운 패러다임 수준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해외에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방역시스템과 시민의식, 국가 이미지까지도 전략화하는데 성공한다면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소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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